정병희 홍농노인대학장

최근 정부가 14조원 규모로 추가 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봐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의 집행을 시작한지 한달도 안 돼 또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본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의 팽창 예산이었다.

특히 복지예산과 지역개발공약 예산이 대부분인데,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급하지 않은 예산을 당겨쓰면 되지 않을까? 오는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야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추경 금액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논의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추경을 위해 적자 국체를 먼저 발행하고 추후에 초과 세수로 갚을 예정이라 하는데 지난해 초과세수는 이미 60조원 규모다. 초과세수는 정부가 세금수입을 잘못 예측해서 발생한 것으로 국가재정법상 국가부채를 갚는데 먼저 쓰도록 돼 있다. 지난해 국가부채 증가액은 100조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초과세수를 근거로 해서 선거용 추경을 편성하고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재정운영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에서 표심만 얻을 수 있으면 어떤 방법이든지 재정지출이 가능하다는 정치 포퓰리즘이 아닌가 싶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너무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충분해야 한다고 말해 유사한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20174005천억원이었던 본예산이 2022년엔 608조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총 10차례에 걸쳐 150조원이 넘는 추경을 편성하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 66조원 규모로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 이후 빠른 증가로 2017660조원이었던 국가 부채가 올해에는 1074조원에 이를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 일인당 국가채무가 20171275만원에서 금년엔 2081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런 상태에서 이번 대선이 사상 유래 없는 치열한 포퓰리즘 선거로 치닫고 있어 향후 부채가 얼마나 또 증가할지 우려된다. 후보들 모두 기본소득, 주택공급, 세금감면은 물론 임대료 분담, 군병사월급, 자녀출산부모급여, 반려견 건강보험, 모발이식 건강보험 등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부채가 증가하면 정부의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고 경제정책의 올바른 수행이 어려울게 아닌가? 그러면 경제 불안이 심화하고 조세수입이 감소할 것인바 경제가 불안하고 조세수입이 줄면 국가 부채는 다시 증가할 것이다.

더욱이 심한 경우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되면 국가 신인도도 떨어져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른 고통과 부담은 결국 미래세대에 전가되기 마련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적어 부채를 늘려도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 부채비율 50% 수준은 미국 130%, 일본 250% 등에 비하면 현격히 낮다는 근거지만 이 주장은 결코 사실과 다르다. 국가신인도가 떨어져 부도위기에 처하는 것은 국가부채의 수준보다는 경제성장이 부진한 상태에서 부채의 증가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처럼 기축 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자금차입의 길이 막혀 속수무책의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국내 총생산대비 11.4%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보, 삼미, 대농, 진로, 기아 등 중견기업들이 쓰러지며 경제가 불안해지자 외국자본이 연쇄적으로 빠져나가 순식간에 국가부도위기가 닥쳤다. 우리는 그때 일본으로부터 차입을 거절당하고 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신탁통치를 받는 치욕도 당한바 있다. 최근 경제성장에 비해 국가부채의 증가속도가 빨라 국내 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1736%에서 올해에는 50% 치솟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 비율은 향후 더욱 급격하게 오를 전망인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국가채무증가가 재정운용상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이미 지적한바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국가부도를 막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다. 정부의 무분별한 추경편성과 재정 팽창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야대선후보와 정치권은 선거 포퓰리즘을 중단하고 경제를 살리는 정책 대결을 서둘렀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앞으로 계속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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