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천 자유기고가

며칠 남지 않았다. 20대 대통령 선거일, 대한민국의 5년이 결정되는 날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고속성장한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명운이 걸린 선거가 될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릴 정도이다. 위태롭기만 하다. 당선 가능성이 큰 여권과 야권의 두 후보와 후보가족들의 부정과 위법성 논란이 그만큼 세간에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릴 정도여서인지 세간엔 누가 덜 나쁜지 가리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넘친다. 맞는 말이다.

변형이 아닌 진정한 변화란 어려운 일이다. 주역에 군자는 표변(豹變)’하고 소인은 표변하는 척한다는 말이 있다. ‘표변은 호랑이가 털갈이하듯 허물을 벗어 새로워진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획기적 탈바꿈이 없이 얼굴만 잠시 바꾸어 본질을 가리는 소인(小人)의 변형기술에 부디 속지 말았으면 한다.

필자는 예의염치를 바탕으로 국민을 섬기며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또 어느 진영에서 나온 사람이든 대통령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의일 테니 말이다. 사람은 본디 불완전하고 허점이 많은 존재이다. 성인군자처럼 평생 살지 못할 뿐더러 잠깐이나마 군자의 길을 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스스로 진보라 칭하든, 보수라 칭하든 진영간의 세력다툼의 관점이 아니라 오롯이 한 인간의 사람됨과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 측면에서 후보를 평가하고 싶다.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대선후보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나름의 이념적 기저 위에 세운 정책들로 경쟁하려 했고 국가비전을 가치롭게 제시하려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사람만큼은 예외였다. 윤석열! 그의 진짜 얼굴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 가려진 얼굴로 국민의 환심을 샀고 그 환심은 그를 여론지지율 1위로 만들고 있다.

그의 본질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26년을 검사로 살아온 사람. 피의자를 추궁하여 죄를 성립시키고 처벌을 받게 하는 자였다. 범죄자들에게는 추상같던 그의 검찰 권력은 제 스스로 행한 범죄에 대해서 만큼은 한없이 너그러웠다. 성역!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은 통제 밖의 힘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은 그들과 각을 세웠다. 바보 노무현이 그랬고, 그의 친구 문재인도 그랬다. 그러한 그를 보수당 대통령 후보로 옹립한 수구기득권 세력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검찰주의자 그는 여전히 오만하다.

자신과 자신 주변의 들보같은 흠결과 위법에는 철저히 눈을 감거나 거짓 해명을 하는 사람!

자신이 가졌던 사정권력을 이용해 측근의 위법을 뭉개고 자신이 범한 권한의 남용과 일탈행위를 교묘히 법기술로 묻어버린 사람! 그러나 상대의 잘못에는 필요 이상의 엄한 기준을 들이대어 단죄한 사람! 그럼에도 마치 공정과 상식의 표상이 바로 자신인 것처럼 혹세무민하는 사람! 자신을 등용한 이의 뜻을 저버린 뒤 상대진영 완장을 차고 최고권력이 되면 부부합동으로 정치보복도 불사하겠다는 사람! 국민을 향한 마음이 아닌 권력쟁취의 일념으로 왜곡된 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한번 돼보겠다는 사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뒷전이고 현정권의 국정운영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며 무조건 정권심판만을 외치는 사람!

토론회 때마다 매번 누군가 써준 네거티브 원고를 고개 조아린 채 읽어대는 사람!

그러한 그가 자신과 국민을 위해 과연 표변할 수 있을 것인가?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표변하기 위해서는 살갗을 도려내는 듯한 반성의 아픔과 각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뒤덮고 있는 허물이 허물인 줄 모르는 사람에게 진정한 변화는 없는 법! 윤석열은 반성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권력의 피해자인 것처럼 위장했고, 공정과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변형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인고의 시간을 갖는 노력 대신 16개월이라는 단기속성과외로 대통령이 한번 돼보겠다고 겁없이 나섰다. 반면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서민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껴볼 촌음의 시간도 허하지 않았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대통령이 될 기회를 갑자기 부여받은 준비안된 후보, 윤석열. 그의 오만과 치기어린 대권도전은 39일 시민의 힘으로 반드시 끝장내야 한다.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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