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신체, 체질(4)-데카르트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는 열 살 때에 입학한 학교에서 여러 가지 특혜조치와 함께, “늦잠을 자도 괜찮다는 허가를 받았다. 이후로 늦게 일어나는 것은 그의 평생 버릇이 되었고, 이는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철학과 수학에서 그가 남긴 중요한 업적은 아침 잠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까지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날벌레가 천장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침대에 누운 채 그 위치를 계산하려다가 만들어진 것이 바로 좌표(座標,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의 짝)의 발견이다.

그렇다면, 왜 학교에서조차 그의 늦잠을 허락했을까? 이는 그의 건강과 관계가 있다. 데카르트의 어머니는 그를 낳은 지 열 석 달 만에 마른기침과 창백한 안색을 그에게 물려준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몹시 약했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진단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극하게 돌봐준 유모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였고, 마침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대신 아들도 아내처럼 일찍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아버지는 아들의 입학을 열 살로 늦췄다.

학문의 길로 들어선 데카르트는 숨어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문인들이 그의 거처를 알아내어 우르르 몰려들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가곤 했다. 아버지의 친구가 우연히 데카르트의 몸종을 만나 그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하였다. 몸종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려가게 되었다.

때는 아침 11시쯤. 문구멍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니, 데카르트는 창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몸을 반쯤 일으켜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책상에 대고 무엇인가를 적고, 또 누웠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글을 쓰곤 하였다. 이러기를 약 30분쯤 하고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는 것이다. 다음은 데카르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나는 여기서 매일 밤 10시간 동안 잠을 잔다네. 한참 자고 있노라면, 내 정신은 숲과 정원과 황홀한 궁전을 산책한다네. 그럴 때면 동화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즐거움을 맛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낮에 꿈꾸고 그리워하던 것을 밤의 그것에 섞곤 한다네.”

데카르트의 저서정념론을 읽고 감명을 받은 스웨덴의 여왕이 해군 제독과 군함을 보내면서까지 그를 초청하였다.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절친하던 프랑스 대사의 권유도 있고 하여,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데카르트는 대사의 집에 머물면서 아침 다섯 시에 궁중으로 가 여왕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65021. 데카르트는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다음 날에는 열이 오르면서 폐렴으로 발전하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의사가 치료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데카르트는 조용히 물리쳤다. 그가 열에 들떠 정신을 가누지 못하자 여왕은 다시 의사들을 보내어 치료하게 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끝까지 사양하였다. 1주일 후, 병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데카르트는 피를 뽑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9일째 되는 날 저녁, 데카르는 평생 그를 돌봐 준 유모에게 자기의 재산을 떼어주도록 유언하였다. 밤늦게 달려온 뷔오게 신부는 마지막 축복을 원하면, 무슨 표시를 해 주시오.”라고 말하였다. 이때 데카르트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에 완전히 순종함을 표현하는 동작이었다. 그리고 신부의 축복기도가 끝나기 전에 데카르트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저서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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