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북원적월(北轅適越)이라는 고사가 있다. 북쪽으로 수레를 몰면서 남쪽 월나라로 가려하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로 우리나라 농업정책을 이 고사 내용과 유사하다고 말한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농업과 농촌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전 왕조시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세월동안 계속되었지만 식량 부족 현상만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을 뿐 지금과 같이 수입농산물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는 문제는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구에 비해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자족이 가장 문제였던 점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만큼 중대한 일이었고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 수확 계통인 통일벼를 강제로 권장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후진국을 탈피하기 위해 공업화를 통한 수출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넘어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UR라운드 이후 WTO체제 하에서 계속된 FTA체결로 농업과 농촌은 발전의 반대급부인 매년 쌀 408,000톤을 의무 수입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각종 수입 농산물로 인해 농업소득은 계속 제자리에 머물고 마침내 농촌지역 지자체 소멸 론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럼에도 쌀 문제, 고추문제, 양파문제를 접근하는 농 식품부 당국의 안일한 대처방법을 보면서 농 식품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인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식량 자급율 약 45.8%, 곡물 자급율 21%, 즉 사료를 포함한 79%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런 상황에서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한다. 돌아오는 농촌, 청년농이 농촌의 미래다라고 말을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고 땜질식 단기 처방에 그치고 있을 뿐임을 정부 당국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일례로 수도 작에 타 작물 재배만 해도 그렇다. 논 콩 재배로 쌀 수확량을 줄이고 콩 자급율도 상향되는 등 효과가 있었지만 2020년 쌀 수확량 감소현상이 발생하니 그동안 추진하던 타 작목 재배 권장사업을 슬그머니 내려놓은 결과가 금 번 쌀값하락 요인의 상당부분을 제공한 점 깊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1970년대 1인당 쌀 소비가 130kg 이었던 것이 작년 말 56.9kg로 줄어들면서 식단의 서구화는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만큼 수입쌀 의무 수입량은 갈수록 쌀 문제를 어렵게 할 것이고 정부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가증스럽게 농민들을 위해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주장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힘들고 어렵게 농사지어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를 보장받는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어느 농민이 농사를 소홀히 하고 왜 시골을 떠나고 시골로 돌아오지 않았겠는가?

이런 와중에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약농업예산 5%대 확대, 식량 자급율 60%로 설정, 주요 채소 계약재배 비율 50% 확대, 농업재해보험개선, 농업 인력지원 법제정 등은 농업농촌 문제를 개선 시 킬 수 있는 상당한 대책이 될 것으로 예측 되는 바 부디 이러한 공약들이 지금까지와 같이 공약(空約)으로만 무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 드린다.

우리나라 모든 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는 많은 분들이 상당부분 미국 유학파들로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선진국에서 앞서가는 학문과 정책들을 배우신 훌륭한 분들이겠지만 여건이 다른 우리나라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개방 위주의 미국 정책을 신봉하는 것 같아 너무나 아쉬움이 크다. 대농 위주의 정책, 대규모 축산농 육성 등으로 인해 상당부분 이농을 부추긴 점, 간과 할 수 없을 것이다.

대농이라고 해야 수십만 평을 경작하는 미국과 호주에 비교를 할 수 있겠는가? 규모화를 한들 넓은 초원에 몇 만두씩 방목하고 있는 호주의 축산농가와 비교가 되겠는가?

정부가 진정으로 농촌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가족 농 중심 이였던 우리나라의 특성을 살려 중 소농 위주의 복합영농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청년들이 되돌아 온다한들 소득 없는 농촌에서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농 식품부 장관을 지냈던 김성훈 교수는 친미도 반미도 아닌 지미(知美)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맞는 말씀이다. 반중도 친중도 아닌 지중(知中)을 포함한 전 세계 앞서가는 사례들을 거울삼아 농촌회생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인 러시아계 미국 경제학자 쿠즈네츠 교수의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 진입은 가능하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은 어렵다충고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식량이 무기화되어 문제가 되는 것은 염려 하면서 유류, 비료, 농약, 가공식품 인상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고, 세수가 수십조 원 차이가 남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곳간이 비었다고 엄살을 떨면서 농산물 가격이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그런 분들은 차기 정부에서는 더 이상 발탁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