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 서예가, 전 교장

우리나라 교육열이 세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높다고 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칭찬할 정도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아, 유치원, 초등학교 할 것 없이 부모의 관심이 온통 아이에게 있다. 각종 사교육은 말할 것 없고 다른 나라 말까지도 익혀주고 싶어 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내 아이가 꼭 이루어 주기를 바란다. 나는 하지 못했지만 내 아이만은 꼭 하도록 하려는 부모의 애끓는 사랑이다. 이를 자()라 한다.

그러나 자()만으로는 교육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내 자식은 남에게 맡겨 기른다.’고 했다.

자식을 잘 기른 우리 선조들의 어머니들은 자()만으로 자식을 기르지 않았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자식을 그날 산으로 돌려보냈으며, 맹자의 어머니는 짜던 옷감을 찢어서까지 자식을 훈계했다. 이러한 자녀교육을 교자이의(敎子以義)라 했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하는 방법을 엄()이라 했다. 그래서 어머니를 자친(慈親), 아버지를 엄친(嚴親)이라 구분했다.

해야 할 일은 꼭 하게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절대 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석봉이나 맹자 어머니의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호조판서 김좌명이 하인 최술을 서리로 임명해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그런데 얼마 후 과부인 최술의 어머니가 찾아와 그 직책을 떨궈 다른 자리로 옮겨 달라고 청했다. 이유를 묻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가난해 끼니를 잇지 못하다가 대감의 은덕으로 밥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중요한 직책을 맡자 부자가 사위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처가에서 뱅어국을 먹으며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합니다. 열흘 만에 사치한 마음이 이 같으니 재물을 관리하는 직무에 오래 있으면 큰 죄를 범하고 말 것입니다. 외아들이 벌 받는 것을 그저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이렇게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을 시키면서 쌀 몇 말만 내려 주어 굶지 않게만 해 주십시오.”

김좌명이 기특하게 여겨 그대로 해 주었다.

장지연(張志淵)이 편찬한 조선시대의 중인을 비롯한 하층민들의 전기를 모은 열전(列傳)류의 책인 <일사유사(逸士遺事)>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기 자식이 중요한 자리에 임명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마는 자식의 행동을 보니 이렇게 두었다가는 언젠가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하여 직책을 그만두게 하였다는 이야기다. 이런 어머니의 깊은 생각과 가르침이 진정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여겨진다.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인 포스터 클라인과 미국 최고의 자녀교육 전문가 짐페인이 쓴 <아이는 책임감을 어떻게 배우나>라는 책에서 아이에게 독이 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말하고 있다.

첫째로는 아이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헬리콥터형 부모로서 그들은 아이들의 주위에 맴돌면서 필요한 것은 즉각 보급하고, 위협적인 요소들로부터 단숨에 달려가 보호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했다.

둘째로는 아이에게 완벽한 세상을 안겨 주려는 제트 터보 헬리콥터형 부모라 하였다. 그들은 앞의 부모를 넘어서 자기 아이의 행동에 책임을 묻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공격하기 위해 미사일을 장착하고 총을 난사하며 나타나는 부모라 한다.

셋째로는 아이를 휘어잡는 훈련관형 부모라 한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아이를 휘어잡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아이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그대로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손을 놓아 버리는 자유방임형 부모도 바람직하지 않은 유형이다.

아울러 좋은 부모로서 따뜻함과 엄격함의 균형을 이루는 카운슬러형 부모를 이상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모가 다 해주면 아이를 불행하게 만든다. 아이 스스로 하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감이 길러진다. 특히 실패의 경험이 중요한데 부모가 다 해주면 실패의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모든 것을 얻는 일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쉽게 성취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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