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한때 친했지만 연락이 두절 된 사람도 있고 새로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있다. 헤어지고 만나는 인과 연의 사슬은 끊임없는 인생의 고리이기도 하다. 직접 연관은 없지만, 중앙의 정치권과 작게는 지방의 정치권을 바라보면 인물의 흐름 혹은 흥망성쇠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마 연식이 제법 오래된 나이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현대 사회의 흐름 또한 속도가 만만치 않은 게 대선이 막 끝난 요즘 정가를 살피는 마음에서 느낀다. 물론 나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당연히 법을 고쳐야만 진행이 되는 사안들을 당선인과 그 주변인 즉, 핵심관계자들은 거침없이 실행을 다짐하고 있다. 무슨 생각인지 본인들 외에는 가늠조차 힘들지만, 정치권의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특히 심지 굳은 정치철학을 고수하는 인물이 주위에서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 더욱 우리를 절망스럽게 한다. 현재 당선인의 가장 측근이라는 인물이 과거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당선인에게 피 묻은 손운운했던 사람이라는 현실이 믿기지 않지만 장소와 경우에 따라 급변하는 인성과 철학이니 달리 해석이 힘들다. 분명한 것은 다시 환경과 처지가 바뀌면 이들의 철학 역시 바뀔 거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심지가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들을 선택한 국민의 수준 또한 슬프다. 이권을 좇아 변하는 인생 철학이라면 정치 동반자로서의 자격은 최악이다. 결국, 자신의 임기 후를 공격할 가능성이 농후한 부류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이고 옆에 두어서는 절대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류가 정치와 재계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상이 평범한 서민 사회에서도 경우는 마찬가지이며 이들로 인해 마음 상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인연을 끊을 수는 없다. 일가친척의 연결 혹은 직장에서의 상호관계, 영업으로 인한 고객 관리 차원의 관계 등은 대부분 의무라는 설정으로 인해 포기하고 회의적인 인연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음은 힘들고 몸은 병든다. 그래도 희망은 다시 사람이다. 이를 어루만져주고 대화로 풀어주는 대상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편을 가르는 악수를 두는 수밖에 없다.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마음은 접고 형식적 앎만 유지하는 사람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다. 이권이 친함을 이기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 것이고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오직 자신의 이권을 위해 양심과 평소의 철학이라 자부하던 정치적 신조까지 팽개치는 부류는 더더욱 같이할 사람은 아니다. 이들의 현란한 기술에 속아 진실을 착각한 국민의 절반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대선 확정 다음 날부터 바로 시작된 고소 고발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민정수석을 폐지하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 결국 누가 검찰권을 오롯이 손에 넣게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만 국민의 절반은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현상이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다만 엄중한 선거기간 중에 말을 못 했을 뿐이다. 투표지에 인주가 마르기도 전에 일부 민주당 의원은 상대의 비위를 맞추며 립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검찰 장악력을 가진 그들의 캐비닛이 무서운 것이다. 이번 대선 패배는 철저히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낙선한 후보의 신변조차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 한 표 던진다. 그를 도왔던 주변인까지 대상으로 하는 저인망 수사의 기미는 이미 감지되고 있지만, 상대 당에게 법사위원장까지 내줘버린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며 지지자들을 능멸하고 있으니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옆에 두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가 심히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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