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우리는 요즘 더욱 심해진 갈등의 시대를 맞고 있다. 갈등으로 인한 그룹의 분열은 고대부터 있어왔던 현상이지만 단순한 권력권 내의 일이었다. 하지만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갈등은 민족이라는 뿌리를 고사시키고 있는 모양새이다. 고려를 건국할 당시 일정 지역의 인물 등용을 경계했다는 기록도 존재하지만 단일민족을 자랑으로 생각하던 우리에게 사실상 큰 갈등은 없었다. 이후 조선으로 넘어와 노론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벌어진 권력의 갈등은 민족정신에 깊은 생채기를 내며 결국 망국으로 이어지는 참사를 맞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단순했다. 잃은 나라를 찾기 위해 결성된 임시정부에서도 갈등과 분열은 있었다. 앉아서 독립자금이나 챙기는 부류와 목숨을 걸고 싸웠던 부류의 애국적 갈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진정한 애국을 외치며 목숨까지 바쳤던 인물들은 암살을 당하거나 제거가 되었고 부정한 행위로 임시정부에서 탄핵까지 받았던 인물은 권력을 잡고 독재를 휘둘렀다. 시대적 아이러니지만 이러한 현상은 라임을 타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국민의 최대 권리인 투표권은 출마자의 저변에 숨어있는 애국심까지 반영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성되는 것이 갈라치기의 전형적인 방법인 진영 프레임이다. 이들은 항시 유리한 분열을 계획하고 갈등을 조장해서 진영이라는 굳건한 울타리를 만들어 간다. 보수와 진보의 바탕은 순수하지만 결국 공산과 자본을 대표하는 단어로 바뀌었고 때로는 사상을 대변하는 말로도 쓰이는 이상한 형태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보수와 진보는 없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불명확한 경계를 추상적인 설정으로 계속해서 분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진보는 없으며 더욱이 보수는 이미 모두 죽었다는 게 일반상식이다. 또한 경상도와 전라도의 갈라치기는 인구비례에 유리한 쪽의 조작이었고, 남녀갈등은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만들어 낸 허상이다. 시기에 따라 이를 이용할 가치가 있는 쪽에서 조장하는 갈등이다. 언론에서 남녀갈등을 되뇌이며 작은 사례들을 올리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전체의 갈등으로 미디어는 채워지고 국민은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그리고 페미니즘이라는 주어가 대두되고 결국 여성가족부의 해체라는 거대한 갈등의 눈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갈등을 향한 갈라치기는 다시 세대간으로 넘어간다. 넓게 보면 세대간이지만 좁게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다. 하지만 정치와 언론이 만나면 조장은 의외로 쉽게 이루어진다. 이번 대선에서 불거진 세대포위론 역시 이러한 작전의 일부이다. 가장 젊고 전도가 유망하다는 정치인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경악스럽지만 국민은 쉽게 동화되었고 20대와 노인층의 관심을 장악했다. 국민의 행복권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선거판이 세대간 갈등까지 조장하며 정권탈환에만 몰두한다면 우리 정치권은 미래가 없다. 그래서 명색이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먼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안이 자신이 거주할 공간이다. 전쟁과 주위 국가의 경제 이상으로 인한 기름값의 폭등으로 서민의 경제는 멍들고 코로나19로 자영업자는 죽어나가고 있지만 세상의 이슈는 용산 이전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버렸다. 여기에 물타기 화제는 다시 현 대통령 부인의 특활비를 문제 삼는 의상비이다. 브로치 한 개에 2억이 넘는다는 기사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족했다. 해당 명품 브로치 회사에서 자기 회사 제품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미 언론의 포화는 서민의 감정선을 강하게 타격했고 되돌이 표는 없다. 그래서 일부 의식 있는 국민은 논두렁 시계와 브로치라는 좋지 않은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심각한 정치보복의 갈등이 떠오르는 이유다. 최근 국힘당 대표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갈등 조장은 그래서 더욱 심각하다. 참신한 젊은 정치인이 아니라 노회한 정치기술자가 되어버린 그의 모습에서 갈등의 정치 정점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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