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 서예가, 전 교장

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 살아가는 법을 처음 배우는 곳도 가정이다. 아이는 부모와 형제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들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정서적 안정과 삶의 의미도 알아간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 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형제나 조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공동체에서의 역할을 배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모든 것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기를 바라지만 기본적 삶의 태도라든지 정적인 인간관계 등의 부분에서는 학교 교육이 가정교육을 따라갈 수 없다. 아이들의 행복을 담보하는 교육의 장으로 가장 적합한 곳이 가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교에서 배운 공동체 생활을 실천하는 곳이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개개인의 역할이 분화되면서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있는 현실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도 실제 실천하거나 실행할 곳도 가정이지만 학교와 괴리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훌륭하게 자랄 것이다.

일본의 교육학자 다쓰미 나기사는 <심부름 습관>이라는 책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아이는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집안일은 아이의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가족과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심부름을 통해 학습능력의 토대가 되는 집중력, 호기심, 적극성 같은 능력이 길러지며 자립심, 책임감, 배려심도 길러진다고 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며 인간관계에서도 적극성을 발휘하게 한다.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하거나 우울증, 자살을 생각하는 일들이 모두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내가 우리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 보람되는 일을 하였다든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존감을 높여준다. 부모, 형제 앞에서 당당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학교나 사회에서도 당당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웃집 심부름하는 일, 조부모를 위한 일, 부모를 위해 심부름을 하는 일 등은 어른을 존경하고 배려와 봉사를 실천하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이를 통해 집안일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가정과 가족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게된다.

관심을 가지면 사랑이 싹튼다고 했다. 물컵 하나를 옮기면서, 또는 벽에 못을 박으면서,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집안일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애정이 싹트게 된다. 부모님의 수고로움도 이해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가정을 꾸리면 아주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심부름 하거나 집안일을 돕는 일들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서 하도록 습관화 시켜야 한다. 부모가 다 해 주려 하지 말고 아이들이 손수 하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는 가운데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며 부모님의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자라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부모가 다 해주지 않고 자녀들이 부모를 도우면서 자라도록 했던 집안의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 자녀들이 집안일을 도우면서 자랄 수 있도록 심부름을 시키거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가정을 사랑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큰사람으로 자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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