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철진/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교수
김철진 광신대학교 복지상담융합학부 교수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던 생산, 효율성, 합리성의 논리에 대항해 소비는 하나의 신화이다. 소비는 현대사회가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말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소비는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며,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의 전례 없는 새로운 단계이다. 자본주의의 이 새로운 단계를 주목한,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로 규정하고 소비개념을 통해 현대사회를 해부하고 진단한다. 무엇보다 그는 경제학에서 정의되는 소비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소비개념을 사용한다.

소비사회에서 중요한 범주는 사물의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보다는 기호학적 가치, 특히 광고 언어가 사물에 부가하는 기호학적 가치이다. 그러므로 생산이 소비의 논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대중매체는 광고언어를 통해 기호학적 가치의 창출에 나선다. 결국 사람들은 광고상품 그 자체보다는 기호학적 가치를 위해 소비한다.

가령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마실 때 소비하는 것은 단순한 탄산음료가 아니라 '젊음' 이라는 기호학적 가치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세탁기를 사용할 때 소비하는 것은 빨래를 하는 기계가 아니라 '행복''위세'라는 기호학적 가치이다. 이러한 기호학적 가치는 소비의 맥락에서 사회현실 전체에 침투한다. 게다가 기호체계는 현실 자체를 구성하고 창출한다. 기호학적 가치와 기호체계가 현실의 지배적인 구성요소가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온전히 기호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기호와 함께 있고 기호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

거리의 수많은 광고에 새겨진 기호, 사회적 신분과 위세 또는 차별적 개성을 나타내는 상품에 담겨진 기호, 사람들의 욕망을 유혹하는 패션과 화장에 배여있는 기호, 문화적 공간이나 실내 분위기가 바깥으로 표출하는 기호, 이러한 것들이 사회현실 전체에 파고들어 현실 자체를 움직인다. 그러므로 사회현실의 논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호로서의 사물을 따라 움직이게 하는데, 이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기호를 소비할 수밖에 없게 되며, 소비는 당연히 기호의 소비를 포함하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것이 바로 소비사회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그러면 소비사회에서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에 맞설 수 없는가?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 속에서 사라진다. 소비의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자신의 노동의 생산물을 직시하는 일도 없으며, 자신의 이미지와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는 기호의 내부에 존재한다. 소비사회에서 소비의 진정한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기호의 질서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기호의 질서에 둘러싸여 존재한다.

가령 쇼윈도를 바라보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어떻게 되는가? 그는 거기서 기호로서의 사물을 바라볼 뿐이며, 바라보는 것에 의해 그는 사회적 지위나 차별적 개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따라서 쇼윈도는 소비 그 자체가 그리는 궤적을 반영하는 장소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를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흡수해 버린다.

결국 소비사회에서 사물의 존재나 개인의 존재는 기호의 질서 안에서 흡수되고 소멸된다. 존재하는 것은 사물이나 개인이 아니라 기호이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게 하는 것은 기호체계인 코드(code)이다. 코드는 현대의 소비사회가 낳은 신화가 되고 있다.

사실 오늘날 차이화된 기호로서의 사물의 유통, 구입, 판매는 우리의 언어활동이며 코드인데, 그것에 의해서 사회전체가 의사소통하고 서로에 대해 말한다.

따라서 코드는 의사소통 체계에 특유한 언어 또는 기호체계이다. 코드는 모든 언어가 개인에게 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듯이, 개인에게 기호체계로서 말한다. 마치 언어가 의사소통을 규제하는 코드를 내포하듯이, 사회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조직하고 구조화하는 코드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코드가 오늘날 소비사회 전체를 구성한다고 말한다. 코드의 원리가 소비사회 조직의 모든 분야에 침투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정치를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 참여하는 대중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며 곧 있어 선택될 지방선거에서의 정치 지도자들도 이런 범주에서 소비사회의 코드의 원리대로 선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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