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필자가 농협 초년생 시절 서울의 명문가 댁 며느리가 영광시댁에 내려 올 때면 식수를 가지고 와서 그물만 먹는다는 말을 듣고 아무리 돈이 많고 여유가 있을지라도 먹는 물을 굳이 가지고 다닌다며 좋지 않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오염되지 않은 시골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이제 전 국민이 식수를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황사,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도 사 마셔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왠 물 타령일까 하실 줄 모르겠으나 우리가 염려를 하던 하지 않던 간에 누구도 시대의 변화를 막을 길이 없음을 에둘러 말씀 드리고자 한다.

건국 이래 먹거리 문제가 염려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먹거리는 어느 왕조 어떤 시대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에 문제였다. 오직해야 대중가요 가사 중에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는 가사가 나왔을까?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UR)가 발효되고 WTO가 설립되면서 지금까지 세계 59개 나라와 22개의 FTA가 체결되고 각종 농산물이 수입 되면서 우리농촌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어려움이 계속 되었고 이농 ,고령화 등으로 급기야 농촌지역 지자체 공동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설사 농촌이 어려움에 처하고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적정가격의 농산물 수입이 계속되면 먹거리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천만의 말씀이다.

굳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고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영국이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곡물법을 폐지한 후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은 후에 비로소 식량 자급률 90%를 유지하고 있고, 아일랜드는 1845년부터 7년간 기근으로 국민 800만 명 중 125만 명이 굶어죽고 100만 명이 이민을 갔었다.

옛날로 거슬러 갈 것도 없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니 국제 곡물 값이 급등하고 그로 인해 식량 원조로 근근 히 생활해 가던 아프리카 등 후진국이 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내 스스로 지켜내지 못할 때 일부 동정어린 도움 정도로 국난을 해결 할 수 없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냄비 속 평온하게 앉아 있는 개구리처럼 물이 서서히 끓어올라 삶아지는 줄 모르는 개구리 같은 신세와 비교 한다면 너무나 과장된 표현일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선이 끝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또 얼마 있으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세계의 농업 중 선진국은 농업지원 정책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고 후진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우리를 공약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부나 지자체가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농협과 농업인들도 젊은 사람들의 식문화 변화에 맞춰 품목을 전환해야만 한다.

필자는 국정운영이나 지자체 운영에 대해 논 할 수 있는 능력도 권한도 없기에 농업분야에 대해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호이지기악(好而知其惡)오이지기미(惡而知其美)란 고사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잘못된 점을 알아야 하고 미워할지라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은 알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당선자께서나 앞으로 임명되실 각료 분들과 금 번 선거에 임하시는 모든 분들은 당선이 되신 후 타후보 또는 주변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 중 좋은 공약은 과감히 받아 들이고 내가 공약했더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현실성 있게 고쳐 나가는 것이 이제라도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최상의 기회이고 방안이라 생각한다.

문제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 실패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농업과 관련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 분들의 처사는 못마땅한 것을 넘어 말로 표현하기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 인식하는 경제수장, 그보다 한 술 더 떠 양곡 관리법 조항을 임의 해석하여 사문화 시키며 쌀값하락을 부추기는가 하면 잘못된 생산면적 통계에 의거 사전 수입을 강행하고 고추, 양파등 폭락을 방치하는 농업수장, 새 정부는 최소한 이러한 시각을 갖고 계시는 분들은 임명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낙선자의 공약이었지만 식량자급률 60%이상 달성 목표설정추진, 주요채소품목 50%이상 계약재배 추진 등은 정말 좋은 공약이고 당선자의 직불금 5조원 확보와 고령 중소농 은퇴 직불금 지급과 청년농 육성 전담조직 신설 등은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꼭 실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또한 지금 추진되고 있는 CPTT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동반자협정)에 대해 농관련 단체가 적극 반대하는 이유는 나라는 어떻게 되든 농업인은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억지 주장이 아니라 지금까지 각종 FTA 체결 당시 농업의 피해액 산출과 그 피해 보전책이라고 내놓은 대책들이 잘못 추산되고 보전대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미 FTA체결 당시 605,000만 달러 무역 역조가 현시점 906,000만 달러로 해마다 농업부분 무역 적자는 불어나고 있는데 수출 증가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 어처구니없고 마음이 몹시 무겁다.

지자체장님이나 의원님의 꿈을 안고 계시는 분들도 농도와 농군에 걸맞게 농업인 소득향상이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가장 큰 방안임을 꼭 깊이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 바쁜 농번기 철이면 식당과 상가가 한산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보루인 농업인 소득향상을 위해 함께 고민해 주시길 간절히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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