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수 영광농협 조합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촉발된 식량위기에 더해 홍수와 가뭄, 자국의 식량 안보를 걱정한 일부 국가의 수출금지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가 먹거리 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우리의 주식인 쌀 가격은 한번 내려간 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3차 시장격리의 물량과 가격, 모든 것이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타결로 1995년부터 10년간 쌀 관세화 유예를 조건으로 95년도에 쌀 51,000톤을 의무수입하기 시작하여 2014년에는 408,700톤을 매년 의무 수입하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그중 4만톤은 밥쌀용이고 나머지는 가공용이라고 하지만 결국 우리 쌀이 가공용으로 전환되지 못할 것을 감안하면 그 부담은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의무 수입량 전체가 TRQ(저율관세할당)물량이기에 5% 관세로 수입되는 관계로 밥쌀용 쌀의 경우 우리 쌀과 비교할 때 30%정도 저가로 거래되고 있어 수입쌀을 사기 위해 경쟁을 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쌀값이 비쌀 때면 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을 텐데 21년산 40kg 조곡가격이(전국농협 평균 63,000~68,000원에 매입)현재 51,000원까지 하락하고 있는 금년도에도 수입쌀 방출은 계속 되었고 그것도 문민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시절에 있었던 사안이니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쌀이 이렇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1970년도 우리국민 1인당 소비량이 136kg이였던 것이 반 토막 된 것은 예전 일이고 작년말 57kg이하를 기록했다. 소비량 줄어드는 속도가 생산량 줄어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면 의무 수입량을 감안할 때 남아도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그 동안 수도작 면적을 줄여 적정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타 작물 재배를 권장하면서 생산량도 줄이고 콩 생산량을 늘리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으나 2020년 쌀 작황 흉작으로 쌀값이 오르자 정착단계에 있던 타 작물 재배정책을 중지했다. 게다가 2020년과 다르게 2021년도에 쌀 풍작까지 겹치다보니 잉여물량을 양곡관리법에 의거 신속한 격리를 요청하였으나 잉여물량을 격리해야 한다가 아닌 격리할 수 있다는 문구를 놓고 농업에 대한 애정도, 행정능력도 없다고 판단되는 부총리와 농식품부 장관의 안일한 대처가 쌀값 회복은커녕 22년산 추곡수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을 찾지 못한 체 농업인과 농협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그레고리 킹의 역설대로 농산물의 특성상 조금만 부족해도 폭등하고 조금만 남아돌아도 폭락하는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한해 풍작을 이유로 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하는 누를 범 하지 말았어야 했고, 농촌공동화와 농촌지자체 소멸 걱정만 하지 말고 그 대안을 세워 나가는 것도 정부의 역할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전 세계가 물가 상승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매일 TV에서는 장바구니 물가 인상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장바구니 물가 인상분 중 우리농산물로 인한 인상액을 파악 후 보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필자는 농업인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 중간에서 농산물 특성상 풍작이 되어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상승할 때는 국민 먹거리라는 이유로 정부가 개입을 해서 인위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면 풍작에 대한 대책도 정부가 당연히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과 관련 이제 더 이상 농산물 타령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농산물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1000분의 65.4로 공업제품 337, 서비스업종 551보다 미비한 수준임에도 국민 누구나 먹어야 하는 먹거리라는 이유로 농산물을 희생양 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쌀이 4.3/배추1.5/양파1.0/마늘 1.4정도의 비율인데 먹거리라는 이유로 정부가 계속 개입 하려한다면 농산물 생산비 보장을 정부가 확실하게 보장하여야 한다. 작년 양파 풍작과 코로나 여파로 농협과 양파 저장업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을 때 과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예상한데로 금년 양파 값이 올라가자 비축 수매 분 9,000톤 방출은 시작할 것 같다. 제발 가격이 오를 때 발 빠르게 대응 하듯이 가격이 폭락 할 때도 생산비는 건질 수 있도록, 농촌에서 농민이 농사지어 생활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처럼 비단 농산물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이나 제도는 반드시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경쟁과 효율성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고 성장이란 될성부른 나무를 집중적으로 키워 거기서 얻은 열매를 골고루 나누는 게 낮지 않겠냐는 발상으로부터 출발한다. FTA의 체결도 같은 맥락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부문의 피해를 보전해 준다는 목표 하에 수많은 FTA가 체결되고 또 대형 FTA가 체결 직전에 있으나 과연 그 공정성이 보장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영작 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이 원숭이를 상대로 한 실험을 통해 인간뿐이 아니라 동물 사회에서도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를 밝혀냈다고 한다. 두 마리 원숭이 에게 똑같은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오이를 똑같이 주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한쪽은 오이, 한쪽은 포도를 주었을 때 오이를 받은 원숭이가 오이를 던져 버리고 먹지를 않는 시험을 반복해서 밝혀냈다. 결국 동물도 공정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 하였고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원치 않는 국민과 농업인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단 그 성장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정부의 정책으로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는 농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주문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지자체장과 의원님들 임기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정부 보다는 더 지근거리에서 농업, 농촌, 농업인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지사님과 도의원님, 군수님과, 군의원님들께서 정부보다 발 빠르게 농업, 농촌의 회생을 고민해 주시길 간절히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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