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우리 지역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지만, 중앙에서 불거지는 사안들이 너무 근심유발이다 보니 글머리는 다시 중앙으로 돌아간다. 애국자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한국 정치가 걱정을 넘어서서 두렵다. 몇 개월 만에 무너져 내리는 국격을 보며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과거 대통령 중 단순한 밀어붙이기식 정치로 한 획을 그은 인물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내가 부족하면 사람을 잘 쓰면 된다.”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러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능력자 인선은 실패했다. 유행어로 그의 인선은 아가페사랑이었다. 대통령실은 그의 과거 기억에서 가져온 인선으로 가득 찼다. 검찰 인연, 사업 인연, 처가 인연, 핵관 인연 등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페밀리에 기초한 인선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현 대통령의 평가를 대통령을 하기엔 부족한 지식이라고 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사람을 잘 써서 보완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부족한 지식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었으니, 인선을 바탕으로 한 지식의 보완은 필수였지만 그의 방법은 아가페였다는 국민적 판단이 이러한 유행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의 주변에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시 드러난 게 이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 일정이다. 이미 방송에서 회자한 일이지만, 국민의 일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어린아이가 칼차고 전쟁터 옆에서 전쟁놀이하는 느낌이다. 본인은 당당하지만 국민은 부끄럽고 참담하고 마지막엔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불안한 대통령 놀이가 이제 시작이라는 데에서 부담과 걱정은 배가 된다. 시간이 맞지 않아서, 정확하게 말하면 도착이 늦어서 조문을 못 했다는 발표는 후보 시절부터 자주 겪었던 그의 지각사태를 떠올리게 했다. 국가 간의 의전에서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중간 브리지 역할을 할 영국 대사 자리가 공석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원인이 문재인 정권에서의 대사를 해임하고 뒤를 이을 대사 선정을 여태껏 미뤄왔다는 데에 있다면 더욱 문제다. 파견 인물이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면 잠시 해임을 보류하고 차분히 선정 후 파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문 정권의 대사는 일단 자르고 보자는 인성이 그의 기본이었으니 일국의 대통령 도량은 아니다. 특히 출발해서 장례식장에 도착하는 짧은 여정에서 영부인은 3번이나 옷을 바꿔 입는 패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리고 망사로 얼굴을 가리는 포스처를 연출했다. 알다시피 이는 미망인 표시다. 남편과 같이 걸으며 미망인 복장이라니 부끄러움은 그대로 국민의 몫이다. 결론은 옆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문 정권의 탁현민 같은 의전 담당 한 사람만 있어도 이런 기이한 현상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세계의 모든 의전을 알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전문 의전관이 있는 것이고 외교부의 사전 조율이 있는 것이다. 이번 조문 사절엔 외무부 장관이 동행하지 않았으며 현장엔 대사가 부재중이었다. 세계의 주요 사건 혹은 기록들을 돌아보면 혼자 이룬 공은 없다. 심지어 과학자의 발명에도 혼자는 없으며 받쳐준 숨은 공로자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전화기 발명에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에 가려진 공로자 토머스 왓슨(Thomas Watson)이 있으며, 에디슨의 전기 발명 뒤에는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있다. 특히 테슬라는 에디슨의 DC(직류) 전기 단점을 해결한, AC(교류) 전기 상용화를 최초로 성공하며 에디슨보다 큰 공을 남겼지만, 에디슨의 큰 이름에 가렸다.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나쁘다. 하지만 정치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메꿔줄 보좌관은 필수적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무너져 내리는 국격은 부족한 지도자와 부족한 보좌관에서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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