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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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재상의 초라한 망명길

춘추시대 양()나라의 재상이었던 맹간자(孟簡子)의 이야기이다.

맹간자가 죄를 짓고 망명길에 올라 갖은 고행 끝에 망명지인 제()나라에 도착을 했다.

마중을 나왔던 제나라의 재상 관중(管仲)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맹간자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평소 식객이 많은 것으로 소문이 났던 그를 따르는 종자(수행원)가 셋뿐인 것을 보고 이해하기가 어려워 그 연유를 물었다.

이에 맹간자는 과거에는 내 집에 기거하던 식객이 3000이 넘었으나 모두 떠나고 이제는 세 사람 뿐입니다.”고 대답했다.

관중이 그 사람들을 향해 왜 떠나지 않고 고행을 같이 하느냐고 물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대답하기를 부친이 돌아가셨으나 돈이 없어 장사를 치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맹간자께서 장례비를 대 주셨습니다.”라고 했다.

두 번째 사람 역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같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은 형이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혔을 때 맹간자가 힘을 써 구해 주셨으니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관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쉬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제나라의 법령을 무리하게 바꾸고 제도를 뜯어고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에게 원한을 샀다. 그럼으로 언젠가는 맹간자보다 더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吾不能以 春風風人 吾不能以 夏雨雨人 吾窮必矣]. 나의 앞날이 걱정이로구나. 내가 언제 사람들에게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해주고 여름비처럼 시원하게 적셔준 적이 있었던가?”라며 탄식을 했다고 한다.

한 때 3000여명의 식객을 거느렸던 일국의 재상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느꼈던 것일까.

그 후 큰 깨달음을 얻은 관중은 죽을 때까지 선의를 베풀어 맹간자의 말년처럼 고통을 겪은 일은 없었다고 한다.

관중은 한때 숙적이었던 제나라 환공에게 붙잡혔을 때 그의 목숨을 구해 주고 재상으로까지 천거했던 포숙아와 함께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고사성어로 유명한 친구사이다.

주군을 배신한 책사

후한(後漢) 말기 사람인 허유(許攸)의 이야기이다.

허유는 어려서부터 조조(曹操)와 친구였으나 어떤 연유에선지 원소(袁紹)의 막료로 일을 했다.

허유는 원소의 10만대군과 조조의 4만군사가 관도(官渡)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 원소에게 군사를 나누어 조조의 본거지인 허도(許都)를 공격, 양쪽에서 협공할 것을 건의했으나 원소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격분한 그는 조조에게 투항하여 원소군의 군량미 기지인 오소(烏巢)를 습격할 계책을 알려주었는데 그의 말을 따랐던 조조가 오소를 급습하여 군량미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관도의 원소군 장병들은 대경실색했으며 원소의 수하에 있던 대장 장합(張郃)과 고람(高覽)은 군대를 거느리고 조조에게 투항을 했다.

원소군이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짐으로써 결국 조조가 중국의 북방을 통일할 수 있었다.

관도대전 승리의 결정적 계책을 제공했던 허유는 오만함이 극에 달해 조조에게마저 친구라는 이유로 예의를 갖추지 않다가 조조의 묵인하에 장군 허저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대장동 수렁에 빠진 나라

요즘 소위 대장동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대장동의 수렁에 빠진 정치권은 너죽고나죽자는 식의 모든 것을 걸고 일대 혈전을 벌인다.

온갖 억측과 모함이 판을 치면서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은 헷갈리다 못해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지 못하는 무지렁이인 탓일게다.

그러나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리는 알고 있다.

맹간자에게 빌붙어 살던 수 많은 식객들이 그가 위기에 처하자 모두 떠나버렸던 것은 맹간자와의 의리가 아닌 부와 권력을 따랐다는 반증일 것이며, 아무리 좋은 계책으로 큰 싸움을 승리로 이끈 공로자라 할지라도 오만하고 겸손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는 역사적 교훈이 주군을 배신한 책사 허유를 통해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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