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개의 바람, 남겨진 자의 책임

국형진
국형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156명의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벌써 뉴스에서 사라지고 있고, 이슈가 이슈를 덮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 슬픔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런 일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도무지 알수 없는 혼란속에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영광군 내 청년지대라는 단체에서 운영한 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소는 사고가 벌어진 지난 1029일 토요일부터 3일 지난 111일에 열려서 국가 추모기간인 115일 토요일 저녁 9시까지 만남의 광장에 준비되었다.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추모소를 지켰으며, 어림잡아 천여명의 군민들이 추모소에 방문하여 고인들을 추모했으며, 군수님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민간단체에서 급하게 만든 추모소여서 부족한게 많았지만 여러 돕는 손길들이 모여져 화환과 국화 꽃들을 보내주어 조촐하게 추모소를 꾸리게 되었다.

처음 추모소를 찾은 사람들은 지역을 대표하시는 인사들이셨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함께 마음아파하는 군민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조화 앞에 고인들을 추모하는 물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주교 기도손 석고상을 놓고 가시며 눈물을 훔치시던 분

곧 빼빼로 데이인데 선물하고 싶다며 빼빼로를 놓고 가신 분

사람이 꽉 끼어서 얼마나 목말랐겠냐며 청년들이 좋아한는 아메리카노를 놓고 가신 분

추모소에 방문했다가 나도 조화 보내도 되냐며 조화를 보내주시던분들

모두 서로를 위로하려는 아름다운 마음들이었다.

낮에는 주위 상인분들이 주로 조문을 오셨다. 해질녘이 되면 하교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밤이 깊어지면 속상한 마음에 소주 한잔 하신 중년의 부모같은 분들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주셨다.

어찌 이리 추모하지 않고 우리의 슬픔을 덜어낼 수 있었으랴

마지막날 저녁에 진행된 추모 문화제에는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수십명의 군민들이 모여 추모곡, 추모시, 추모 메시지 낭독, 함께 부르는 추모의 노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황망한 사고에 희생된 희생자들에게 우리의 미안한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하며 하늘로 날려보낸 노란풍선 156개에 실어 보냈다.

얘들아, 미안하다!”

얘들아, 잘가라!”

그 자리에 있었던 수십명의 군민들의 눈가에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미안해서, 속상해서, 안타까워서....

그렇게 추모문화공연도 끝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지 벌써 열흘정도가 지났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추모하다보니 이제 미안한 마음을 덜었다. 그러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건 세월호때도, 이태원 참사 때도 항상 느끼는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영광군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노파심이 충만한 눈으로 젊은이들이 안전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며, 다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사는 이곳에서 우리모두 서로 노력해야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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