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출생 신분(18)-갈홍

갈홍은 4세기 무렵 중국 동진(東晉)의 학자이자 도교 이론가이며, 의학자이자 연단술사였다. 그는 갈현(葛玄, 생몰연대는 164~244년 추정)이라 하는 인물을 집안 할아버지로 두었는데, 이 갈현은 유명한 좌자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좌자는 또 어떤 인물인가?

좌자(左慈, ?~?)는 중국의 후한 말기 여강(=리장. 중국 윈난 성의 서북부에 위치한 도시) 사람으로서, 쉽게 말하면 도사(道士)이다. 그런데 어느 날 조조(曹操, 중국 삼국시대 때 권모술수에 능했던 장군)가 스스로 위나라 왕이 되자, 애꾸눈 좌자는 동오(東吳, 오늘날의 절강성과 호남성 일대)에서 노랗게 잘 익은 귤을 갖다가 조조에게 바쳤다. 그런데 조조가 귤을 집어 들고 하나를 까보니, 모두 빈 껍질뿐이 아닌가? 조조가 그 까닭을 묻자, 좌자 왈 유비(劉備)에게 왕 자리를 물려주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잔뜩 화가 난 조조는 그를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다음날 조조가 여러 신하들과 함께 잔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좌자가 갑자기 나타나 모란꽃과 농어,맹덕신서(조조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일종의 병법책) 등을 나오게 하는 도술을 부리며 조조를 놀리는 것이었다. 조조가 깜짝 놀라며 당황해하는 순간, 좌자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조조가 용맹스런 부하 허저(許楮)에게 명령을 내려 좌자를 추격하여 죽이라고 했지만, 좌자는 변신술을 부려 양떼 속으로 들어가 또 한번 조조를 놀라게 했다.

어떻든 이 수수께끼같은 인물 좌자의 제자가 갈현이기 때문에 갈현 또한 도사로 불릴만한 인물일 것인 바, 갈현은 혼자 힘으로 공부하여 유교 경서에 두루 통했다. 그러나 벼슬에 나아가는 대신 거문고가야금 따위를 타는 일에만 몰두하며 속세를 등진 삶을 즐겼다. 갈현은 이름난 산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도를 닦다가 마침내 244년 신선의 경지에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갈현의 학문은 몇몇 제자들을 거쳐 증손자인 갈홍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이 갈현의 아들이자 갈홍의 아버지는 오늘날의 군수 격인 태수의 벼슬을 지냈으니, 따지고 보면 갈홍 역시 명문 집안 출신이었다. 그러나 갈홍의 나이 열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어쩔 수 없이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집안형편 때문에 스승을 찾을 수 없었던 갈홍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사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스스로 육경(六經)과 사서(四書), 제자백가의 글들을 독파하였다. 그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어보았고, 또한 땔감을 판돈으로 붓과 종이, 묵을 샀다.

갈홍이 포박자라고도 불리는 까닭은 그가포박자라 하는 책을 지었기 때문이다. 내편 20, 외편 50편으로 이루어진포박자에서 갈홍은 평범한 사람도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포박자에 의하면, 인간의 지혜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데 반하여 이 우주는 아주 미묘하게 얽혀있어서 우리 인류가 모르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신선이 되는 일은 우리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환상이 아니며 실제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과연 신선이란 어떤 존재인가? 따지고 보면 그는 우리 인간과 같은 종류이며, 그러므로 우리는 힘써 배움으로써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포박자는 산 위에서 마지막 7년을 보내다가 여든 한 살로 세상을 떠났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잠자듯 단정히 앉아 숨을 거두었으며, 얼굴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였고, 신체는 부드럽기가 마치 텅 빈 옷을 입은 듯 하였다고 한다. 흔히 도교에서 말하듯 육체만 남기고, 혼백은 신선으로 변한 것이다.(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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