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출생 신분(18)-갈홍
어떻든 이 수수께끼같은 인물 좌자의 제자가 갈현이기 때문에 갈현 또한 ‘도사’로 불릴만한 인물일 것인 바, 갈현은 혼자 힘으로 공부하여 유교 경서에 두루 통했다. 그러나 벼슬에 나아가는 대신 거문고나 가야금 따위를 타는 일에만 몰두하며 속세를 등진 삶을 즐겼다. 갈현은 이름난 산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도를 닦다가 마침내 244년 신선의 경지에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갈현의 학문은 몇몇 제자들을 거쳐 증손자인 갈홍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이 갈현의 아들이자 갈홍의 아버지는 오늘날의 군수 격인 태수의 벼슬을 지냈으니, 따지고 보면 갈홍 역시 명문 집안 출신이었다. 그러나 갈홍의 나이 열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어쩔 수 없이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집안형편 때문에 스승을 찾을 수 없었던 갈홍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사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스스로 육경(六經)과 사서(四書), 제자백가의 글들을 독파하였다. 그는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어보았고, 또한 땔감을 판돈으로 붓과 종이, 묵을 샀다.
갈홍이 ‘포박자’라고도 불리는 까닭은 그가『포박자』라 하는 책을 지었기 때문이다. 내편 20편, 외편 50편으로 이루어진『포박자』에서 갈홍은 “평범한 사람도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포박자에 의하면, 인간의 지혜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데 반하여 이 우주는 아주 미묘하게 얽혀있어서 우리 인류가 모르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신선이 되는 일은 우리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환상이 아니며 실제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과연 신선이란 어떤 존재인가? 따지고 보면 그는 우리 인간과 같은 종류이며, 그러므로 우리는 힘써 배움으로써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포박자는 산 위에서 마지막 7년을 보내다가 여든 한 살로 세상을 떠났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잠자듯 단정히 앉아 숨을 거두었으며, 얼굴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였고, 신체는 부드럽기가 마치 텅 빈 옷을 입은 듯 하였다고 한다. 흔히 도교에서 말하듯 육체만 남기고, 혼백은 신선으로 변한 것이다.(『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