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국내 뉴스를 보면 화병이 생긴다고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뉴스라는 게 좋은 소식보다는 사건·사고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위가 엉망으로 변해가는 시대를 경험하기는 처음이라는 느낌이다. 격변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부를 뒤집은 쿠데타와 민간 학살 등의 비상시국이 아닌 일상의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혼돈이 너무 익숙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특히 며칠 전,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이상함을 넘어 엽기적이었다.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해도 용산총독부의 총독이 일본 천황을 알현하는 모양새였다. 결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한국 국내 기업에게 배상을 부담시키겠다는 발언을 이미 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일본의 피해자가 없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이기에 국민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그래서 이번 방문 외교는 굴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인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의 지지율을 희생하겠다는 각오까지 밝혔지만, 실질적인 악화를 불러온 것이다. 여기에 국민은 둘로 갈라지는 분열 현상까지 보이고 있으니 이미 사태는 심각함을 넘어섰다. 좋지 않은 식습관은 편식(偏食)이고 잘못된 지식은 편식(偏識)에서 나온다. 장자에 가끔 인용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성어로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이 가장 위대하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같이 거론되는 예로 장자는 한여름만 살다 가는 여름 곤충에게 차가운 얼음을 설명해 줄 방법이 없으며,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줄 수가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편협한 지식이란 곧 편식(偏識)을 이른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의 집착과 한계를 깨뜨리지 못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다시 편관(偏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면 이미 지식이 아니고 무지보다 무서운 편견이 된다. 이른바 지식의 그물이다. 알량한 학벌과 어쩌다 이룬 성과로 자신을 과대망상증 환자로 스스로 둔갑시킨 괴물이 다스리는 나라는 이미 혼돈이고 망국이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특히 역사관의 편협은 기둥만 보고 지붕을 보지 못하는 기형적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 나라를 일본에 내줬던 유식하고 고상했던 선비들의 세계관과 너무 닮아 있어 소름이 돋는다. 편협해도 너무 편협한 지식으로 무장한 자신을 모르고 조선은 국제 정세를 살피지 못해 망했다.”라는 국제 정세를 전혀 모르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인물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더욱 소름이 돋는 건 이러한 인물을 국내의 30% 이상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이익이 우리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두렵다는 말이다. 일본의 자위대를 인정하고 한국의 영역에 유사시 들어와도 된다는 한미일 군사협정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국민 중에 30%를 상회하고 있다는 현실이 두렵지 않은가. 과거 이완용과 친일파는 나라를 내주었고, 이병도는 우리에게 식민사관을 심어서 민족의 혼까지 넘겼고,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일본의 이익이 우리 이익이라는 내선일체의 망령을 들고 들어와 민족의 마지막 남은 자존감마저 팔아 넘겨버렸다. 청산되지 않은 우리 역사의 해결이 반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을 영원한 적으로 돌린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분명 협조와 공조가 필요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는다. 강점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주었으면 이에 응당한 사과와 배상은 필수적 조건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우리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론을 내세우며 일본의 책임 없음을 선언했다. 종속에서 오는 안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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