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정치학박사·영광카운슬러아카데미 대표

괜히 끼었다가 양쪽에서 욕먹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주변의 조언을 마다하고 한소리 해야겠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고, 이긴 편이 내 편이라고 손들어 주면 손해 볼 것은 없겠지만 지역을 위해 일을 해보겠다고 나섰던 사람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리다. 작년 지방선거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지역의 대표적 사회단체인 번영회마저 둘로 갈라져 싸움질이니 이게 웬 창피인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했으니 해법은 없는 것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지난 325일 영광문화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영광군연합번영회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행사 참석자가 657석 좌석에 100명에도 훨씬 못미처 행사장 분위기는 바깥 날씨보다도 더 썰렁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참석자의 전언이다. 대공연장은커녕 소공연장의 1/3 정도나 채울 인원만 참석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영광군연합번영회 회장 취임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지난 두 주 동안 영광의 곳곳에 널렸기 때문에 홍보 부족은 아닐 게다. 유추하건데 연합번영회라는 명칭처럼 느슨한 연계 조직의 특성상 의무감도 적고 책임도 물을 수 없기에 각 읍면번영회에 할당된 숫자를 동원하지 않았거나 했어도 불참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분열을 책동하는 모임에 누가 참석하는 지 지켜보겠다는 협박성 보도도 효과를 발휘한 탓도 있으리라. 이유야 어떻든 확대하여 해석하면 기관 사회단체장들은 군번영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별도 단체를 만드는 명분 약한 행사에는 불참하겠다는 판단을 했고, 극소수만의 참석은 영광군연합번영회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앞날의 험로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광군번영회는 1966년 창립되어 전라남도로부터 인가받은 사단법인으로 1991년 군의회가 구성되기 이전에는 주민을 대표해 지역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단체다. 번영회는 그동안 군민의 날 주관, 원전문제에 대한 지역민의 권익 대변 등 지역의 현안 해결에 앞장서 왔다. 그러다 2004년 군번영회가 분열돼 2개의 번영회가 존재하면서 갈등과 반목을 겪다가 2012년에  통합되었는데 지난달 25일 영광군연합번영회 회장 취임식을 분기점으로 10년 만에 또다시 갈라지게 됐다. 분열의 씨앗은 작년 6월 대한 영광군번영회 회의 시 홍농의 SRF 문제 공론화 논의를 둘러싸고 나타났다.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홍농, 법성, 백수를 중심으로 한 읍면번영회연합회가 군번영회 집행부가 찬성 쪽에 기울었다고 판단해 그동안의 친목을 뛰어넘는 독자적 단체의 성격을 띠면서 분열되었다.

군번영회가 둘로 갈라져 아귀다툼하는 상황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는데 그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양측은 서로에 대한 비방과 폭로를 중지해야 한다. 특히 언론을 동원한 폭로전은 언론의 신뢰성마저 훼손할 수 있기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 냉각기를 거친 후 영광군연합번영회는 법인단체인 영광군번영회의 대의원 기관으로 원상 복귀해야 한다. 군번영회의 잘잘못은 기구 내의 의결 과정을 거쳐 시정함이 마땅하다. 봉사단체에서 의견이 다르다고 조직을 쪼개 분열하는 것은 어떤 명분이나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현재 후임 회장을 선정 중인 군번영회(2022년 말 군번영회장 4년 임기 종료)는 회장 선임에 있어 11개 읍면 번영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어찌 보면 형의 일방통행 때문에 동생이 가출했으니 동생이 귀가하게 하려면 형이 잘못을 인정해 동생이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한다. 앞으로는 동생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하겠다는 것을 형이 통 크게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해 읍면번영회와의 협치에 의해 군변영회를 재건해야 한다.

여기에는 영광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특정 단체를 밀고 있다는 항간의 얘기는 소문은 풍문일 뿐이라 생각한다. 행정기관이 민간사회단체에 간섭해서는 안 되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중재는 가능하다. 군은 두 단체의 통합 시한을 정하고, 통합되기 이전에는 어느 곳에도 행사 주체의 인정은 물론 군비를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 두 단체는 군비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자체 운영할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통합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군민들은 냉정하게 지금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군번영회가 군 번영을 위해 군정에 협력하며 지역 문제 해결에 앞장서길 바라고 있다. 만일 번영회가 소수의 전유물로 전락해 권력 단체나 이권단체가 되어 지역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한다면 그에 동조하는 사람과 집단은 군민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영광군번영회가 이래서는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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