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경제 발전이 국민의 삶을 좌우하던 산업사회에서는 개인의 독특한 능력이 중시되었다. 개인이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에 공헌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영재가 아홉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경제적 빈곤이 타파되고, 예술과 문화가 행복의 척도가 된 오늘날에는 전문성보다는 바람직한 인성이 강조되고 있다. 개인의 독특한 능력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수 있지만 자칫 잘못되면 이익보다는 크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발명이나 아인슈타인의 원자력이 인간에게 멸망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발명품들도 돈벌이에 악용되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을 많이 볼 수 있다. 비근한 예로 가습기 논란이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2012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에 의하면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 사망하였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설립되어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레킷벤키저에서 운영하는 회사였다.

기업 윤리를 망각한 채 이윤에만 집착한 회사는 말할 것 없고, 유명 대학과 지식인들까지 이러한 사건에 연루된 것이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연구 보고서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 수의과 대학 교수 옥시의 연구소장인 조모씨는 물론 서울대학교와 호서대학교를 통해 옥시가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하고 대학교수들에게 뒷돈을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개인회사는 물론 공공기관과 유명 교수들까지 연루된 사건으로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비윤리적인 사건이라 말할 수 있겠다.

옛날 회사들의 사훈은 대부분 생산력 증대, 하면 된다, 백만 대 수출 달성등 이윤 추구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구글 회사의 사훈이 악해지지 말자.’라고 한다. 삼성 역시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만든 것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였으나 지금은 인간존중으로 바뀌었다.

각 회사의 인재 선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전문성의 정도로만 인재를 선발했으나 점점 인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면접과 논술을 통해서 사람 됨됨이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서 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성공하고 발전하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가 지닌 인성이 매우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보통 그 사람 참 되먹었어.’, ‘그래,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바람직한 인성을 소유했다는 뜻이다. 이런 말을 듣고 사는 사람은 개인적 성취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

어떤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아니 그 사람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우리가 살다 보면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불편한 사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러한 감성적 문제는 모두 전문성의 유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성의 됨됨이에서 오는 것이다. 행복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성의 문제이다.

다음 이야기를 음미해 보자.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차를 몰고 가던 노부부가 호텔의 객실을 구하지 못한 채 필라델피아의 허름하고 작은 호텔을 찾았다.
"예약을 못 했는데 혹시 방이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자신의 호텔에 빈방이 없던 직원은 다른 호텔에도 수소문 해봤지만 도시 행사로 어느 곳 하나 빈방이 없었다.
"죄송합니다만 빈 객실이 없습니다. 하지만 비바람도 치고 밤도 늦었으니 제 방에서 묵는 것도 괜찮으시다면 내어 드리겠습니다."
노부부는 종업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 호텔을 나섰다. 고마운 마음에 방값의 3배를 건넸으나 그는 자신의 방은 객실이 아니므로 받을 수 없다며 극구 사양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여전히 그 호텔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던 직원에게 뉴욕행 항공권과 초대장이 전달되었다. 자신의 방에서 묵었던 노부부에게서 온 것이었다.
휴가를 내고 노부부를 방문했던 그에게 노신사는 최고급으로 만들어진 호텔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을 위해 이 호텔을 지었소. 이 호텔의 경영인이 돼 주겠소?"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로 알려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이 호텔의 초대 경영자로 세계 굴지의 호텔 체인을 이룩한 조지 볼트(George Boldt)의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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