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정치학 박사·전 호남대 교수

영광이 바람 잘 날이 없다. 고압 송전탑 영광 관통, 군공항 유치 반대, SRF 대법원 패소 등 영광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들이 줄을 잇더니만 드디어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20여 년 전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룬 바 있는데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심각성에 있어 중저준위 위험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온 동네가 조용하기만 하다. 태풍의 눈이어서 일까?

지난 6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작년 10월 상정하려다 내부 반발에 부딪혀 미뤄오던 한빛원전과 한울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건설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의결 골자는 저장 시설은 한빛원전 부지 내에 건설되며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된 금속용기를 건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설계와 인허가, 건설 등 총 7년의 사업기간이 소요되며, 한빛원전의 저장용량이 포화되기 전인 2030년 운영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부연 설명하면, 영광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를 현재는 습식저장소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이것이 2030년이면 꽉 차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으니 영구폐기물 처분장이 건설되기 전까지 중간단계로 보관 할 건식 저장시설을 앞으로 7년 안에 원전 내에 만들겠다는 얘기다. 고준위방폐물의 영구 처분 시설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하 500m 깊이 터널에 완충재와 부식에 강한 5cm의 구리 등으로 완전 밀폐하도록 권고하는데 이러한 처분시설을 만드는데 착공부터 완공까지 37년이 걸린다. 설사 부지를 선정했다 쳐도 최소 30년 간 중간저장소에 보관해야만 한다. 문제는 1989년 경북 울진, 영덕, 영일을 시작으로 2003년 전북 부안에 이르기까지 아홉 차례에 걸친 고준위방폐장 건설 시도가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중간저장소가 영구적으로 영광에 남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추론이다.

, 이런 상황에서 영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시설에 관해 하나씩 사안별로 문제점과 해결책을 따져 보기에 앞서 본 고에서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한정해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자 한다. 먼저, 임시 저장시설이라지만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명확한 정의, 주민동의, 지역지원, 방폐물 중간저장과 영구처분시설 확보 절차, 시간적 기한의 규정 등이 담긴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원전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 시설에 대한 영구화 우려를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회에 계류 중인 3개의 고준위방폐물특별법안에 대한 신속한 논의를 촉구한다. 이를 위해 우리 지역 국회의원은 국회의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현재의 정치 구도 상 원전 가동에 방점을 찍은 정부·여당안과 원전의 축소·해체를 전제한 야당안의 충돌 상황은 어지간해서는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래서 호남 유일의 3선인 이개호 의원의 역량 발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한 영광군수는 원전주변지역 16개 지자체 장들과 연대하여 국회 논의를 점화시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민 동의 없는 한수원의 독단적인 건설계획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군민들의 관심과 지지, 때로는 행동이 필요하다. 습식저장소를 운영 중인 영광의 한빛원전은 2030년이면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예정이기에 임시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은 확실히 해야 한다. 결과론적 책임을 영광이 온통 뒤집어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군과 의회 그리고 각계 주민대표 등이 참여해 꾸려진 공동대책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군민들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군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를 해결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물론 동일한 조건인 한울원전의 울진과 공동전선을 펴는 문제 등 전략전술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한수원의 전략은 뻔히 보인다. 임시 보관 저장시설의 포화가 얼마 남지 않아 중간저장시설의 건설을 더는 미룰 수는 없다는 시간의 촉박함을 무기로 양해를 구할 것이다. 또한 작년 3월 완공된 월성 원전의 건식저장시설 증설공사의 전례를 들어 지원금과 상생협력기금의 카드를 제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응당 그러리라.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귀에 끼우지 않고 몸통에 엮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영광의 전략은 우리의 주장이 자칫 님비니, 지역이기주의니, 국책사업 볼모니 하는 편협성을 벗어나 국민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법과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 주장을 펼치면 충분하리라. 그런 측면에서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군공항이전특별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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