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일곱살의 아영이 -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영이도 이제 8 (7 )가 되었고 초등학교 일학년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 없어서는 안 될 말괄량이 귀염둥이 보물덩어리다.

군 복무 중인 아들도 전화를 하면 아영이부터 찾는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딸도 주말이면 아영이가 보고 싶어 집에 온다.

중학교 2 학년인 작은딸은 티격태격 아영이와 싸우기도 하고 아영이에 대한 나의 편애 때문에 가끔은 질투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중에서는 아영이와 가장 소통이 잘되는 작은 언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지금 아영이 하나 때문에 더 행복하다.

 =영광 (榮光 )의 상처=

지난해 어느 여름날,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영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아영이는 울상이 되어서 따지듯 말했다.

엄마 나는 왜 친구들하고 가슴이 달라요?”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영 아 그것은 너를 살려준 고마운 상처란다. 하느님이 너에게 또 다른 생명을 안겨준 영광의 상처야 그리고 걱정 하지 마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그 흉터를 없애는 수술을 시켜줄게

-그렇구나 그럼 친구들에게도 자랑해야겠네?”

그럼, 혹시 친구들이 놀려대도 부끄러워 하지 마 자랑스러운 상처니까

여름이라서 가슴쪽 부분이 드러나 보이는 민소매 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갔던 아영이가 가슴의 선명한 수술 자국을 보고 자기 가슴만이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아내와 내가 아영이에 대해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아영이가 어느 날엔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알았을 때, 아내와 나는 아영이가 자신의 신상에 관해 알고 있다는 그 사실조차도 모를 경우 아영이가 상처를 받고 비뚤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동 심리학자들에게 자문을 얻었는데 아이들은 어떠한 일도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이가 일곱 살이라고 했다.

아내와 나는 남의 입을 통해 아영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 입으로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생의 사진을 꺼내 들고 아내는 아영이를 불렀다.

아영 아 이 분이 누군 줄 알아?”

아니 모르겠는데 누구야, 고모? 이모? 어 고모도 아니고 이모도 아닌데...?”

이 분이 너를 낳아주신 친엄마란다

아내와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아영이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아영이는 우리의 걱정과는 정 반대로 대꾸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난 엄마가 둘이네?”

그래 넌 엄마가 둘이야 그리고 너를 낳아준 엄마는 돌아가셨어

알았어

그렇게 아영이는 고맙게도 티끌 한 점 없이 맑게 잘 자라난 막내딸로 지금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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