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재경향우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영국 엘리어트 시인의 황무지의 시를 생각해 보면 20234월은 우리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수많은 사건 사고와 라니냐에 이어 엘리뇨예보에 전 세계가 널뛰었다. 2023년 잔인한 달 4월은 지났다.

따뜻한 5월이 왔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상 국가기념일은 51개이다. 그중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유독 5월에만 조상, 부모님, 스승, 가족, 등 본인 주변의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기념일이 많다.

그래서 5월 하면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 같다. 사람은 삶을 살면서 본능적으로 명예, 재물, 권세 등을 쫓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에게도 부모님, 가족, 학창시절 스승님, 친구 등 나와 관계되는 여러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

가정의 소중함을 고취하기 위해 미국은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로 6월 셋째 주일을 아버지날로 지킨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빨간 카네이션을 드리고 세상을 떠나셨다면 흰 카네이션을 바친다. 자녀들은 어머니날에 선물을 드리거나 외식을 하고 가족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 필리핀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주일을,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주일로 지키는데 일본은 어머니날에 카네이션을 아버지날에 장미꽃을 선물한다. 대만은 58일은 모친 절로 88일은 부친 절로 기념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매년 77일을 어버이날로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55일을 어린이날로 58일은 어버이날로 지키고 있는데 원래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어버이날로 통합했고 둘이 하나 되라는 의미로 5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지만 매년 이혼율이 높아져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515일은 스승을 공경하기 위한 사회적 풍토를 조성할 목적으로 스승의 날로 지키고 있으나 스승에게 간단한 선물조차 드리는 것도 금지됐다.

인간은 자녀들이 왕성하게 번성하고 본인들은 장수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과거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천국으로 떠나는 것이 소망일 것이다. 성경(에베소서 6:2~3)에서는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라고 권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잘 공경하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2.1명으로 OECD 국가 중 9위이고 2022년 출생아 수는 249000여명이며 사망자는 305100명이다. 이대로 가면 세대가 단절되고 가정이 파산될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부부가 이혼할 경우 재산의 소유권은 부인에게 이전된다고 한다. 이것은 성차별 정책일 수 있으나 가정을 잘 지키라는 소명일 것이다.

1944UN 총회에서는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고취하고자 매년 515일을 가정의 날로 지키면서 건강한 가정문화를 보급하도록 했으나, 우리나라는 목적한 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부부의 탄생과 출산 장려를 위해 국가에서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출산을 두려워하는 신혼부부에게 직장과 아파트를 지원하고, 지속할 수 있는 가정을 위한 부부교육, 자녀들의 양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면 새로운 가정이 탄생할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과 성을 다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보람직한 자세이다. 다만,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한 속도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하늘 같은 부모님의 은혜, 가족, 은사님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다.

많이 알고 있는 불교 용어 중 공수래공수거 말이 있다. 손에 들고 온 것이 없이 빈손으로 태어나서 죽어갈 때도 빈손으로 죽어간다는 의미로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초연하게 삶을 살라는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에 맞추어 앞으로 나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나와 가족, 친구 등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해봄도 좋지 않을까 한다. 굳이 5월 하면 가정의 달이라고 특정 날짜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의미를 되짚어보면 얽히고설켜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감사 등 우리가 알고 있지만, 실천이 잘 안 되고 시간에 얽매이는 현대인의 특성상 깜박 잊혀 이로 인한 메말라가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함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바쁘고 팍팍한 삶이지만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평생 어버이의 높은 은혜와 어른과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생각하고 아내, 자식, 형제자매 등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면서 학창시절 은사님이나 가까웠지만 바빠서 오랫동안 못 만나 친구에게 전화해서 막걸리를 한잔하며 옛 시절을 회고하는 시간을 갖는 모두의 마음에 따뜻하고 포근한 5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월에 우리 가정의 행복이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가정의 화목을 위해 함께하는 5월 가정의 달이 되기를 기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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