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나이가 들면서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게 있다. 잡념과 건강에 관한 관심이다. 많은 시간을 살면서 축적된 생각은 좋은 혹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뇌 깊은 곳에 앙금이 되어 가라앉았다가 수시로 떠 오른다. 대부분 직장 현역에서 물러난 시기이니 긴장이 풀리고 휴식을 만끽하는 사이에 우리 뇌 역시 긴장에서 벗어나기 마련이다. 책을 읽어도 앞장이 생각나지 않고 창고에 들어가 무엇을 가지러 온 것인지 한참을 생각하다 되돌아 나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대부분 나이를 탓한다. 그리고 모든 일상의 흐릿함을 나이라는 무기로 방어를 한다. 과연 그럴까. 이런 현상은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버린 결과이지 나이 탓은 아니라는 게 정답이다. 책을 읽으며 앞장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잡념이 기억을 가린 것이지 뇌가 늙어서는 아니다. 뇌를 연구하는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사람의 뇌는 늙어도 쓰지 못할 정도로 퇴화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잠재적 역량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커서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죽는데, 망각과 학습 능력의 부족을 나이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개인적 경험상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내 입장에서 독서 중 가장 큰 적은 잡념이다. 눈은 글씨를 보고 생각은 다른 곳에 있으니 기억이 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나이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비겁하다.

잡념이 유발하는 나이 탓과 키를 같이하는 게 건강 문제이다. 젊은 사람과 노인의 관심사는 대화에서 현격히 나타난다. 회갑을 넘기면 일상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건강으로 넘어간다. 대화의 중심으로 음식과 운동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대부분 잘못된 지식을 건강 진리로 알고 있다. 어디선가 들은 혹은 TV에 나와서 떠드는 많은 전문가의 주장을 신의 말씀으로 알고 자신의 건강 진리로 삼는다. 이렇게 굳어진 생명의 말씀은 생활 지침서가 되고 섭생의 교과서가 된다. 의학과 물리학, 생명과학 등 세상은 무섭게 발전하고 변해가는데 조각으로 들은 지식을 평생의 지침서로 삼아 실천하고 전파까지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몸만 커진 선진국이 되고 정신은 중급을 넘어서지 못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아직도 동물성 단백질을 꼭 먹어야 하고 하루 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이고 저염식만이 살길이라고 말한다. 나트륨이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발표된 적이 없지만 우리는 그냥 그렇게 알아야 한다. 단백질은 식물성으로도 충분하며 하루 60~70g 이상을 먹으면 그대로 배출되어 버린다는 사실 또한 외국 학계에선 기준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선 말하지 않는다. 콩을 고기에 비교하면서도 굳이 동물성 단백질을 다시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자.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콩을 된장과 청국장 등으로 섭취해 왔고 귀중한 단백질 섭취원이었다. 함경도에서 만주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심어진 콩은 두만강을 중심으로 남도와 중국에 실려 나갔다. 그래서 두만강은 콩두()와 찰만(滿)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고 음식은 병을 예방한다고 했다. 아프기 전에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먹거리라는 말이다. 특히 발효 콩은 최고의 음식으로 좋은 씨 된장은 신부의 혼수품으로도 쓰였다. 문제는 유전자 변이 콩이다. 콩의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유전자 변이 콩을 또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민족의 음식은 민족의 건강을 좌우한다. 잘못된 음식으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큰 문제다. 결핵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대장암이 세계 1위인 이유가 음식 습관에서 기인한다면 자신의 식습관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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