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5월 창을 열면 멍든 하늘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와

방안 가득 머리를 푸는구나

 

도저히 이대로는 떠날 수 없다며

피범벅된 와이셔츠며 런닝셔츠를

마구 헤쳐놓는 5월의 슬픈 가슴

 

닦아도 닦아도 멈출줄 모르는

우리들 분노의 피가

덩어리 덩어리로 흘러

자유, 민주, 정의로 번지는데

죽여버리겠다는 강한 자의 살기어린 소리가

피보다 더 으시시하여

손수건이 아니면 한시간도 베겨날 수가 없구나

 

죽일테면 죽여보라고 대들어보지만

맨손으로 달려드는 우리들의 정의는

최루와 파이프 앞에선 역사일 수밖에 없는

어질병의 시대

 

죽을 사람 죽지않고 살 사람 살아남지 못하던

시대가 갖는 힘 앞에서도

우리들의 오월은

세월 갈수록 뜨거운 역사로 오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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