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영 농협중앙회 영광군지부장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투표까지 갔으나 최종 부결됨에 따라 폐기 되었다. 통과되기를 그토록 희망했건만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지난 2020년은 정부의 농업정책 변화가 많은 해였다. 특히 양곡관리법은 쌀 목표가격제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었고 새롭게 공익직불제가 도입되었다. 그동안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실시해 오던 시장격리 조치를 쌀 시장 상황에 따라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격리할 수 있도록 쌀 시장격리를 양곡관리법에 명문화했다. 이로써 쌀값을 정부가 보전해 주던 시대에서 수급을 통해 쌀값을 관리하는 쌀 수급안정제도의 시대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양곡관리법 제16조에는 가격안정을 위한 양곡의 수급관리 시정부가 쌀 수급안정과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 쌀을 매입하고 판매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양곡 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단경기(7~9, 햅쌀이 나오기 직전의 시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최근 5년 중 최고·최저 가격을 제외한 평균)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서 쌀을 사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법률에 의한 의무규정이 아니다. 규정의 내용을 해석하면할 수 있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보는 임의규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의 주요 쟁점인 시행령과 정부 고시로 되어 있는 정부의 매입요건을 상위 법률로 상향시키면서 정부가 초과생산량 이상의 쌀을 반드시 매입토록 의무화 하는 것이었다. 즉 요건 발생과 동시에 시장에서 쌀을 즉시 격리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쌀은 올해 생산하고 수확해서 이듬해에 소비한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격리를 하고자 한다면 생산량이 예측 또는 확정되는 시기에 실시해야한다. 2021년 수확기에 쌀 생산량이 남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장격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쌀은 시장에 남아돌았고 2022년에 들어서자마자 쌀값은 급락하였다. 뒤늦게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실시했으나 쌀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2925일 쌀값은 전년 동기대비 24.9%(53,81640,393, -13,423/20kg)까지 떨어졌다. 이당시 농업인들은 불안정한 쌀값을 보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보는 거 같았다고 한다. 다행히 정부가 80만톤 상당을 사들이면서 쌀값이 다소 반등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쌀값(44,415/20kg) 추이를 살펴보면 금년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제때 적기에 발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정부는 2020년 쌀 변동직불금제를 폐지했다. 쌀 변동직불금제는 수확기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에 85%를 지급하는 쌀 농가에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안정장치였다. 하지만 쌀의 구조적 생산과잉 상황을 악화시키고 쌀 위주로 편중 지원이 되고 있다는 반론과 다른 작물 농가와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 지속되자 공익직불제와 시장격리 조치제도로 대체했다. 공익직불제는 재배작물과 상관없이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 공익성에 맞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시장격리제를 같이 도입했다. 시장격리제를 통해 쌀 수급을 적절히 조정하면 쌀값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격리제는 급격히 떨어지는 쌀값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는 데는 채 몇 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202111월 발의된 이번 법안은 15개월 만에 논란만 키운 체 결론이 났다. 또 다른 대체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폐기된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잘 따져서 농업농촌과 농업인 그리고 국민이 주식인 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쌀이 남아돈다고 하여 없어도 되는 냥 천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2020년 기준 44.4%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과 자연재해 등 내외적 상황에 따라 식량이 안보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식량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계는 기후변화에 의해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먹고사는 문제가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재투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했다. 표결 결과가 사실상 예견된 통과가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국민들은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논의 되었던 식량의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쟁점이었던 쌀 시장격리의무화에 대한 국민여론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쿠라이나 상황을 보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생겨나지 않았나하고 짐작해본다. 우리국민 대부분은 쌀을 주식이라고 한다. 다음에 발의되는 법안은 식량주권을 바로 잡고 국민 모두의 법안이 되길 바라며 만장일치 통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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