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아기를 데리러 영광 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그 날도 영광의 하늘은 전형적인 회색빛 겨울 날씨였고 간간이 진눈깨비를 흩뿌리고 있었다.

집으로 데려가기 전에 소아과에 한 번 들러서 아기의 정밀 검진을 받아보세요

왜요?”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심장에서 이상 징후의 소리가 들리네요

아기를 데리고 나온 나와 아내는 곧장 소아과로 향했다.

청진기를 대보던 소아과 의사는 심장 소리가 정상이 아닌 것 같으니 정밀 검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친 후 3일 뒤에 결과가 나오니 다시 한번 아기를 데리고 오라 했다.

집에 데려온 아기는 한 시도 잠을 편히 자지 못하고 울어댔다.

어쩌다 잠깐 잠이 들면 심하게 코를 골았다.

갓난아기가 그토록 심하게 코골이를 한다는 것이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와 함께 아내도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면 단위 조그만 금고에 근무하는 아내는 낮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없기때문에 한 달에 50만원씩을 주고 같은 마을의 아주머니에게 낮 동안만 맡기기로 했다.

아내가 출근할 때 아이를 업고 가서 맡겼다가 퇴근하면서 데려오곤 했다.

그렇게 6개월을 기른 후에야 유아원 종일반에 보낼 수 있었다.

아이의 출생신고를 했다.

이름은 아들과 돌림자를 같이 써서 아영이라고 지었다.

그래야 아이들 이름 돌림자의 균형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서류상의 모든 절차도 마무리했다.

검진 결과를 보기 위해 다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했다.

아내는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 중이어서 학교에 가지 않는 큰딸이 함께 갔다.

아이의 심장이 정상이 아닙니다. 제가 소견서를 써 줄테니 광주 기독병원으로 가십시오. 그 곳에 심장병 권위자이신 제 선배님이 계십니다.”

소아과 의사는 광주 기독병원에 전화를 하고 예약까지 해주었다.

아내가 하루 휴가를 내고 우리는 아이를 광주 기독병원으로 데려갔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데 거의 하루가 걸렸다.

천년 세월 같은 기다림 끝에 결과가 나왔다.

<심실중격결손증>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 치유가 되기도 하는데 그대 로 두면 아이의 면역력이 약해져서 모든 질병에 감염 될 확률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다는 전문의의 설명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술을 할려면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신생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비를 알아보니 약 2천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우리 형편으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거금이다.

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

심장이 좋지 않은 아영이는 매일 밤 제대로 잠 한숨 못 잘 뿐만 아니라 거의 하루걸러 이틀에 한 번씩은 병원엘 다녀야만 했다.

감기와 폐렴 때문이었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도 아영이는 사시사철 거의 날마다 감기를 몸에 지니고 살았다.

다시 아영이의 심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광주 기독병원에 갔다.

그러나 기대는 어긋났다.

자연치유는 불가능할 정도로 심실중격결손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암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다니는 교회를 통해 연락이 왔다.

밀알 심장재단에서 민경이 수술비를 일부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 이만한 희소식은 지금까지 없었다.

-참으로 고마운 세상이구나

그러나 기쁨도 잠시 나머지 수술비 마련이 시급한 문제였다.

지금까지 가장으로서 그 노릇을 제대로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아내의 쥐꼬리만한 월급에만 의존해 온 내 자신의 이토록 미워 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친구들이 술좌석에서 농담 삼아 하던 말.

구현이 우숩게 보지마라 50년 백수(白手)의 노하우는 대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백수로 살면 서 우리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냐?”

50년 백수의 노하우라는 친구들의 농담이 내 심장에 비수로 박히는 기분이다.

그래도 이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나머지 수술비는 내가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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