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있다면 권력이라고 했다. 권력 지향형의 인물과 뜻을 섞으면 결과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역사 속의 경우 역시 이러한 법칙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사례는 조선 건국에서 잘 보여주고, 중국에선 초한지의 줄거리가 되는 한나라의 유방이 모범 답안을 보여준다. 조선의 건국은 이성계의 이름으로 정도전이 이룬 것이고 그는 새로운 국가를 꿈꾸지만, 권력욕이라는 무서운 욕망에 목숨을 잃고 만다. 새로운 나라를 설계하고 이상을 실현하려던 기본 설계의 꿈은 언제나 권력을 향한 욕망의 벽을 넘지 못하기 마련이다. 최측근은 고사하고 부자간의 천륜 혹은 형제의 핏줄까지 뛰어넘어야 하는 권력욕은 역사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특히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와의 갈등은 부자의 정도를 벗어난 막장으로 남아 전한다. 철천지원수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평하면 극한 호러물이다. 영조의 입장을 변호하는 역사가도 있지만, 그의 잔인함에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바탕에 깔린 게 권력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임진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구하고도 선조에게 오히려 처벌을 받았고 일등공신에도 추서되지 못했다.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갈 때 말고삐를 잡고 같이 도망간 신하는 일등공신으로 추서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권력자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간접 경험을 할 뿐이다. 옛말에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권력자는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공이 많은 신하는 반드시 제거했다. 시대적 상황을 핑계 삼지만, 정도전과 이순신 그리고 조광조 등이 그렇게 스러져 갔다. 이들 권력자에게 백성은 자신의 권력을 위한 땔감에 불과했다는 의미이다. 역사 속에서의 모든 전쟁은 왕을 위한 백성의 목숨으로 치러진다. 중국에서 가장 치열했던 초한 전쟁은 당시 중국 인구의 삼 분의 일을 죽이고서야 끝이 났다. 일인의 권력을 위한 수백만의 목숨인 셈이다. 어렵게 잡은 권력일수록 공신의 역할은 크기 마련이지만 결과는 역시 참담하다. 공이 많을수록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을 통일하기 위한 항우와의 대전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던 한신을 유방은 가장 먼저 죽인다. 목적을 이루고 나서의 능력 있는 신하란 두려움의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권력욕이란 인성을 기본으로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조선 시대의 왕권보다 세다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자신의 권력을 위한 땔감 정도로 여긴다면 상황이 심각해지는 이유이다. 여기에 무소불위의 지식 독선까지 더해지면 백 년의 노력이 일 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국가의 지도자는 모든 이익의 대상을 국민에게 맞춰야 정상이다. 역사관이 잘못되었든 지식이 짧든 간에, 무엇이 내 나라 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기준을 맞춘다면 정책에 실패는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향한 진심이 군사적 동맹을 위함이라면, 그 결과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결집을 만들고 신 냉전체제를 구축하게 됨은 물론 경제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끌려 들어간다는 결과 또한 예측해야 한다. 중국은 중동을 불러들였고 유럽의 대부분 역시 탈중국을 택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리고 뒤에선 중국과 할 짓은 다 하고 있으니 한국은 속칭 호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형국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위한 자발적 변명을 넘어 일찍이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을 부정해 주었고, 일제 강점기 개인 배상권 청구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일본의 인내 한계점까지 걱정해주는 이상한 자상함을 보여주었다. 미국 일본과의 군사동맹이 국민의 안위를 위한다는 뜻임을 알지만, 총대를 대신 멜 필요는 없으며, 당장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필 마음은 없는지 궁금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권력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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