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강대국과 국경을 접하고 살았던 우리는 언제나 침략의 위험 속에서 살았다. 실제 조선 시대까지 총 993회의 침략을 받았다는 기록도 있지만 큰 전란만을 거론하면 숫자는 훨씬 줄어서 일백여 회 미만이다. 거란과 여진, 왜구 등의 작은 침략까지 포함 시키면 천여 차례의 외침 숫자가 나오지만, 굳이 많은 외침을 강조하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이를 근거로 우리 민족성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실제 침략만 당하고 살았던 것 또한 아니다. 고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와 백제 시대의 강성했던 시기까지 내려오면서 주변국을 많이 침범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힘이 생기면 정복의 욕망을 품기 마련이고 약해지면 외교로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과거 서희 장군의 강동 6주 담판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전한다. 전쟁으로도 얻기 힘든 결과를 입으로 만들어 냈던 것이다. 그만큼 외교는 중요하다. 더욱이 현대 사회는 창칼로 국경을 만들고 국익을 도모하는 시대가 아니다. 무력을 앞세운 침입은 국제 사회의 규제를 받아야 하고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물론 미국은 예외이다.

중동에서 전쟁의 불씨가 꺼지는 듯하여지자 다시 러시아가 불씨를 되살렸다. 지구촌에서 하루라도 전쟁과 민족 분쟁이 없었던 날이 있을까. 대부분 종교와 민족을 앞세운 국익 문제로 벌어지는 분쟁이지만, 미치는 결과는 주변국의 경제까지 휩쓸려 들어가기 마련이다. 외교의 실패가 전쟁이라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인도 태평양 전략으로 동맹 강화를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하더니 한미일 3국 협력 운운하며 다시 못을 박았다. 여기서 한국이 얻은 안보가 무엇이고 전쟁의 위험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의 결속을 유발했고 신 냉전체제를 만들어 냈다는 전문가들의 평이다.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유와 평화가 무엇인지 또한 궁금하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역시 국내 경제이다. 선진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일본의 증시는 30년 만에 최대 활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우리는 98IMF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가계 신용대출은 최고치를 찍었고 청년층 취업률은 6개월째 하락세이다. 부산항으로 욱일기를 단 자위대 함이 당당하게 들어왔어도 국민 감각은 무디기만 하다. 유력 일간지에서 욱일기를 햇살문양기라는 기상천외한 표현으로 보호를 해줘도 분노할 기력마저 잃었다. 정부는 심리적 G8’이라는 심리학적 부국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있으며, 국민은 심리적 식민지를 성과로 들이미는 정부에 행복지수를 포기하고 있다. 자국민 앞에 미국과 일본의 입장이 먼저 놓여야 하고, 외교의 기본을 양보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정권에게 아사 직전의 자영업자 550만 명이 보이기나 할까. 사상 최대의 자영업자 부채는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를 구제할 국가의 곳간은 채워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며칠 전에 있었던 국회예산정책위의 발표는 더욱 암담하다. 앞으로 5년간 법인세 인하 등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가 82조 정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법인세는 20, 소득세 13, 종부세 5조 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쯤이면 한국의 정부는 부자와 기업만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의구심을 벗기 힘들다. 최근 중국 관영지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과 한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한다면 한국의 반도체 회사가 중국의 공백을 메우는 건 당연하다. 마이크론 등 미국 회사의 공백을 한국이 채워야 한다.”라는 글을 실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교역의 기본인 다툼 틈새 전략을 취하지 않고 블룸버그에 실린 한국 기업이 메우지 않을 것이다.”라는 형님 나라의 뜻을 받았다. 삼성은 처음으로 적자라는 결과에서 붉은 핏빛 한숨을 토했을 것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우리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으며 매각이라는 최후의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개를 끌어안고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근심 없는 대통령을 보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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