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시인

나뭇잎들이 푸른 노래 부르면

철쭉꽃 피어나는 오월

 

저 들녘에 보는 사람 없어도

무더기로 피어나는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

온 힘을 다해서 일어서는

여린 풀잎들을 바라보라

 

무등산이 산빛을 잃어가고

금남로가 핏빛으로 물들었던 오월

목숨으로 폭풍우 앞을 기꺼이 막아선

민주와 통일의 수호천사

 

27년의 춥고 어두운 오솔길을 돌아서

청보리밭 사이 훤히 열려 있는

자운영 꽃길을 걸어오는 님이여

 

심장에 새겨 있는

향기로운 영생이여

푸른 빛으로 살아나는 부활이여

 

* 윤상원 열사: 19805,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중항쟁 지도부(민주시민 투쟁위원회,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고등학생들과 여자들을 귀가시키고 탱크를 앞세운 중무장한 계엄군이 전남도청에 진입하던 527일 새벽 45시경, 도피하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마지막까지 항쟁 최후 격전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다가 장렬히 산화한 민주열사입니다. 나는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3학년 3반에서 책상을 나란히 하고 공부했던 친구입니다. 큰 눈에 선량한 그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나는 평생 큰 빚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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