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평생직장으로 가장 주목받던 공무원·교직원 직에 최근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 충남 지역 통계를 보면, 전체 퇴직 공무원이 5,765명이었고 3년 차 미만이 1,215명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공직의 길을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포기한 젊은이가 21%를 넘은 것이다. 이 수치는 10년 전보다 5배 이상이다.

한때 상위 주가를 올렸던 게 공무원이다. 불과 10여 년 전 1221까지 기록했던 공무원 시험의 열풍이 221로 줄면서 최근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방송은 젊은이의 현실을 느낌으로 짐작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기성세대는 임금과 경직된 공직 사회로 주원인을 끌고 가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최근 공무원 1호봉 초봉의 액수를 보면 원인에서 자유롭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작년 근로자 최저 임금이 시급 9,160원이고 월급으로는 1,914,440원이다. 공무원 91호봉을 찾아보니 KBS 작년 9월 방송에서 168만 원이라고 했다. 각종 수당까지 해봐야 200만 원을 조금 넘긴 액수라는 말이다. 여기에 경직된 공직 사회, 상사와의 갈등과 불통, 일방통행식의 업무지시 등은 사표의 강한 매개체가 되었을 것이다.

요즘 말로 그래도 월급만 많으면그나마 버티겠지만 공직의 가장 큰 인센티브였던 연금까지 무너지고 있으니 젊은 세대의 고민은 깊어져 갈 수밖에 없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노량진 공시생 거리인 일명 컵밥 거리는 요즘 한산해졌고 문 닫는 식당도 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국공립 교사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 년 사이에 학교를 떠난 초중고 국공립 교사가 12,000명에 달한다. 표면에 드러난 원인은 박봉과 처우지만 감춰진 빙산은 교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존중의 대상에서 아이들 뒤치다꺼리 직장인으로 전락한 자괴감은 그나마 나이 지긋한 교사들의 숨긴 마음이다. 최고의 며느리 혹은 사윗감이던 교사의 지위는 학부모의 위력과 기를 살려 키운 아이들에게 밀려 3년 사이 퇴직 교사가 3배 이상 늘었다. 당사자들은 처우보다 무너진 교권이 더 마음 아프다고 하지만 실제 의견 수렴에선 70% 이상이 과도한 잔무를 꼽았다. 어쩌면 마지막 자존심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잔무가 아닌 교권과 처우를 우선으로 삼기엔 마지막 자존감마저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을 고객님으로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와 참 교사는 단명한다.’라는 자괴감 섞인 푸념에서 무너진 공교육을 실감하지만, 해결 방법은 없다. 정책으로 공교육을 되돌리기엔 이미 한계선을 넘었다는 의미다.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되면서 학생 어깨에 손도 얹지 말라는 말도 나왔다. 과거 무자격 교사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학생인권조례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 서울시에서 불거지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은 당황스럽다. “동성애와 성전환을 조장하고 교권을 침해한다.”라는 게 이유이다. 더욱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 의회 의원들이 언제부터 교사의 교권을 그렇게 걱정했는지 궁금하다. 대부분 학창시절 한 번쯤은 무자비한 교사의 폭력을 겪어봤을 세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성 소수자와 동성애 조장을 이유로 삼는 저의 또한 이해가 힘든 게 사실이다. 젊은 세대의 공직 탈출이 박봉과 무너진 워라밸, 민원인과의 갈등 등이 주원인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MZ 세대의 숨은 바코드를 기성세대가 읽어 내기에는 사실 역부족이다. 태어난 환경이 다르고 자라온 과정 또한 다르다. 부족함을 모르는 물자와 먹거리, 첨단 과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사회의 세대를,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온 기성세대가 이해한다는 자체가 무리이다. 43%가 근무 외 시간 업무를 지시받았고, 41%가 상사와의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2022, 넥스트리서치) 임금은 최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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