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하교 시간이 되면 학교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노오란 색의 학원차가 즐비하게 서있다. 사이사이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와서 차를 세워 두고 초조히 아이를 기다린다. 아이들이 나오면 시간에 쫓기듯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달린다.

요즈음 학교 앞 풍속도다.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이들도 학교 숙제는 안 해도 학원 숙제는 빠짐없이 한다. 학부모들도 학원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오면 고마워하는데 학교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오면 전화하여 항의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물론 학부모의 문제보다는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며 공교육의 붕괴 현상으로 인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사교육의 문제에 대해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는 “5년 뒤 대입 11내 딸은 학원 안 보내요라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그런 성공 공식은 깨졌다. 대졸에 대한 희소가치가 없어졌다. 또 앞으로는 대학 가기가 쉬워진다. 학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공부를 위해 학원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능력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평소에 놀지 못하고 학원에 매달리는 것은 아이들의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등교하여 오후 3, 4시까지 공부하고, 방과후 교실에 가서 또 공부하고 하교하면 학원으로 간다. 아이들에게 노는 시간이 없다. 학습의 효과는 쉬는 시간에 있다고 한다. 공부를 하고 틈을 이용하여 놀면서 학습한 내용이 파지되고 확장된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도 학력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면 투입 시간에 비해 학습 효과도 떨어진다.

경향신문의 정책사회부 교육팀에서 근무했던 송현숙 등은 <놀이터의 기적>에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어울려 재미있게 놀면서 배려와 협동심, 창의력, 리더십,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미래의 국가 경쟁력 등 우리가 구하는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아울러 놀이할 기회가 적을 경우 유아기부터 이런 발달 변인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발달이 느리거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게 돼 개인의 유능감과 정신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렇게 놀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문제는 여가를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여가를 잘 보내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행복의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러셀은 교양교육의 올바른 목표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를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부산대학교 조환규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취미활동에 대해 좋은 취미나 교양은 그것을 유지하는 데, 이전보다 돈이 적게 들어야 하고,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야 하고, 보통 사람의 지적 능력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교양을 추구하는 과정이 기존의 인간관계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식구들을 내 팽개치고 나가서 몇 날 몇 밤을 새우며 하는 과도한 몰입은 안 된다고 하였다.

우리 자녀들에게 잘 놀도록 시간을 할애하고 잘 노는 방법을 가르쳐 평생의 바람직한 취미를 갖게 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교육의 일부분이 아닐 수 없다.

SOM컨설팅 명혜원 대표는 바람직한 여가 시간은 하루 5시간이라면서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의 종류가 5개 정도일 때 가장 좋다고 하였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하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노는 시간을 주어서 유년기의 성장 발달을 돕는 일 뿐만 아니라 평생 여가활동을 보람있게 할 수 있도록 취미와 특기를 길러 주어야 한다.

특기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고양시켜 적극적이고 의욕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조건인 동시에 경제생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취미활동은 인간관계는 물론 여가를 보람있게 활용하게 하는 요소이므로 취미를 기르는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취미로는 악기나 미술 등 정적인 것과 축구나 탁구 등 건강과 관련된 취미 등 최소한 한 가지씩을 선택하여 꾸준히 활동함으로써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좋겠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