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한국인의 정서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있다. 자녀들 문제다. 특히 입시와 병역은 정치인들에게 금역이다. 최근 있었던 조국 장관 일가족 참극이 대표적인 입시 문제이고, 과거 이회창 대선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로 유리하던 판이 뒤집혔다. 두 사건 모두 많은 의구심을 내포하고 있지만, 한국 부모의 정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남을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대학 입시 문제를 화두로 던져 놓고 프랑스로 훌쩍 떠나버렸고 뒤집힌 교육계의 혼란은 남아있는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평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 역시 이 발언이 하필 이 시기인지 궁금해한다. 입시 전형이란 현재 중3을 위주로 계획을 짜고 발표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공부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입시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무슨 마음으로 절간 큰 스님이 툭 던지는 화두처럼, 입시를 불과 5개월 앞두고 공교육 내에서 출제라는 명을 내린 것일까. 자신의 지위를 망각했거나 입시의 경중을 무시했을 거라는 국민 공통분모의 생각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후 대처이다. 여당은 학교 수업을 공교육으로 오도한 것이라 주장했다. 학교 수업이 공교육임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국민을 단어 뜻도 파악하지 못하는 바보로 인식하지 않고선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여당의 유력 국회의원은 윤 대통령이 교육 비리를 많이 수사 해봐서 교육을 잘 안다고도 했다. 후보 시절의 발언에 경제 분야 수사를 많이 해봐서 경제를 잘 안다고 했던 말과 일치한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사진 공모전 비리를 수사한 경험이 많아서 사진을 잘 안다.’라는 의미이다. 심지어 교육부 장관은 “30년을 교육계에 있었던 자신보다 대통령이 많이 알아서 많이 배운다.”라고 했다. 너무 엎드려서 코를 땅에 박은 모양새이다. 도대체 부끄러움은 그들의 감정 속에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발언은 대통령이 가볍게 던졌지만, 책임의 폭탄은 아래 실무진이 맞았다. 담당 과장은 잘려나갔고 장관은 엄한 징계를 받았다. 이른바 주군 지키기이다. 바이든과 날리면으로 시작된 주군 지키기는 갈수록 눈물겹다. 여기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성경의 무오설이다. 한 자도 오류가 없다는 무오설을 현 정부에 가져다 대비하면 딱 들어맞는다. 무오란 단어는 종교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흠 많은 인간의 표현은 아니다. 대통령도 인간이고 인간의 실수는 용인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왜 전지전능의 무오를 유지해야만 하는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어렵다. 여기에 수사를 해봐서 모든 걸 안다는 무불통지가 겹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국민의 도리란 다수결로 뽑은 선출직을 신뢰하고 힘을 실어 주는 것이다. 딴지를 걸고 발목을 잡는 행위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출직은 항상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엄중한 정치 행위를 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출직은 비판을 받아야 하는 책무 또한 져야 한다. 사람의 특징이 나는 평균치 이상은 된다.’라는 자신감의 착각을 안고 산다고는 하지만, 모르는 게 없다는 근거 없는 환각적 착각으로 들어가면 대책이 없다. 이러한 현상의 특징은 입력은 되지 않고 출력만 가능한 뇌로 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귀는 닫고 입만 여는 이른바 불통의 상태가 된다. 60을 넘긴 회갑의 나이가 되면 이순(耳順)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귀가 순해진다는 뜻이고 풀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라는 의미이다. 더욱이 높은 지위의 사람은 스스로 말하지 않고 귀를 열어야 한다는 게 천년을 이어온 가르침이다.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고,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노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귀를 열어야 하는 소통의 진리를 지도자의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무불통지(無不通知)를 생각하는 순간 바로 불통지(不通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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