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일 년이 약간 지났다. 그리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정치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게 내선일체의 연장선인 일한 일체이다. 지난 일요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차장이 오염수 처리수의 해안 방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귀를 의심케 하지만 분명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다. 세계가 반대하는 오염수 해안 방류를 왜 우리나라만 나서서 적극 옹호를 하는 것일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것은 신의 성실의 원칙상 맞지 않는 태도다.”라는 발언도 했다. 여기서 신의 성실은 누구를 향한 의무이고 약속인지 또한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부가 신의와 성실을 행하는 대상은 타국이 아닌 자국의 국민이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국민 80%가 반대하는 오염수 해안 방류가 일본에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면 일본에게 신의 성실 위반이 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일본 정부에서 해야 할 발표를 우리 정부에서 하는 모양새이다. 이 모습이 세계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 봤는지 모르겠다. 왜 스스로 일본의 극우에서나 하는 발언을 자처하면서까지 그들과 친해지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 몇 개월 전에는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와 강제 노역 피해자의 배상을 우리 기업에 떠안기며 일본은 할 만큼 했다.”라는 발언이 대통령실 발로 나오기도 했다. 이어서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이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냈고 굳은 군사협정을 약속했다. 미국과 일본을 위한 헌신과 노력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을 자극해 온 국민을 안보의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중국을 향한 혐중 정책은 반도체를 비롯한 모든 경제적 수익을 반 토막 내버렸지만,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행동 대장처럼 일선에서 중국과 싸우다 문득 돌아보니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중국과 손을 잡고 거래를 트고 있었다. 싸움을 떠맡기고 자신들은 뒤에서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이면 대한민국은 스스로 왕따의 길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베트남 방문에서도 내실 없는 MOU만 실컷 하고 왔다. 국가 간 MOU 실현율은 5% 정도에 불과함을 이젠 국민도 안다. ‘시간 내서 밥 한번 먹자라는 약속과 같은 게 MOU 체결이다. 언론에서 아무리 찬양을 해도 들을 만큼만 듣고, 판단할 만큼만 판단하는 게 국민이다. 예전의 개돼지로 알면 큰 착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역시 일본 정부의 경비 문제를 위해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라는 강력한 변명이다. 일본 극우도 하지 않는 핑계까지 동원하는 모습에서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일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일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임을 망각한 것일까. 가해자인 상대에게 피해자인 우리가 왜 신의 성실이라는 의무를 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미쳤다라는 말 외에는 달리 적용할만한 단어가 없다. 일본의 과학적인 처리를 믿어야 한다지만 아직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적도,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 것도 없는 초유의 사태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가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오염수가 안전하면 세계의 반대 이목을 무릅쓰고 굳이 바다에 버리진 않을 것이다. 공업용수 혹은 농업용수로 써도 될 것을 굳이 바다로 방류하려는 의도를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다. 희석이라는 말로 장난을 치지만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커피의 카페인 총량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처럼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방사능 역시 희석이라는 말로 의미를 희석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여당과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빌미로 일본의 신임과 성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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