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종 전 해룡고 교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발언이 수능을 100여일 앞두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능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과목을 중심으로 대학입학 지원자들이 치르던 대학입학학력고사가 있었다.

수능은 1994학년도 대학입시에 최초로 도입이 되어 1993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되었으며 수험생에게 유리한 한 개의 성적만 선택하여 대학에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19938월 수능에서 전남지역은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나누어서 실시가 되었다. 영광은 전남 서부권에 속하게 되어 목포시에 있는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르게 되었다. 시험 당일고사장 입실 시간이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수험생 대부분은 목포 시내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수능 하루 전 날 작열하는 8월의 뙤약볕 아래 수험생들은 자신이 속한 고사장에서 예비 소집에 임한 후에 숙소로 돌아와 지정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저녁 식사를 마친 수험생들에게 자유 시간이 주어지고 정해진 시간까지 숙소로 다시 돌아오기로 약속을 하였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목포시내 네온사인을 바라보던 수험생 몇몇은 잠시 수학여행을 온 착각이 들었다고 했다. 집을 떠나 온 수험생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하여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력을 엿 볼 수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수험생들이 다시 숙소로 돌아오고 있었다. 수험생 몇몇은 짧은 자유 시간임에도 이것저것 쇼핑한 것을 자랑삼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이야기가 있다. 여학생 몇 명이 검은 비닐봉지를 감추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 목격 되었다. 혹시나 하여 비닐봉지를 들여다보았다. 오이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오이를 어디에 사용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내일 고사장에 가기 위해서 얼굴에 오이 마사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침시간이 한 참 지난 후에 남학생 한 명이 교사들이 자는 방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나가 보니 아무리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오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면제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안내로 연락을 했다. 수면제는 없고 맥주라도 마시면 잠이 올거라고 했다. 특별한 방법이 없어서 맥주를 한 모금 마시게 한 후에 잠자리에 들게 하였다.

1992년생인 딸은 201011월에 수능을 치렀다. 그 때는 영광에도 고사장이 두 군데 설치가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학교 기숙사나 각자의 집에서 고사장을 향할 수가 있어 편리했다. 딸은 하루 전날 집 근처 고사장에서 수험생 예비 소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면서 12년 동안 준비한 대학입시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고사장에 도착해야 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에 살고 있기에 새벽마다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 때문에 우리 식구 모두는 새벽잠을 설치게 된다. 시험 당일만이라도 닭 울음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시험 당일 새벽에 닭이 울기 전에 닭장 앞으로 가서 전구 불을 켠 채 커다란 막대기를 손에 들고 닭이 울지 못하도록 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세월이 흘러서 딸은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되어 2024학년도 수능을 지도하고 있다. 수능시험 문제가 비교적 쉽게 출제가 되면 물수능이라고 부르고 어렵게 출제가 된 수능시험은 불수능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수능을 논할 때 초 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여 수능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에 관한 논란이 하루 빨리 종식되어서 전국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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