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곡학아세(曲學阿世)학문을 왜곡하여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으로, 정도를 벗어난 학문으로 권력자에게 아첨하거나 기회주의적 보신에 이용하는 어용학자의 그릇된 처신을 이르는 말이다.

관녕과 화음

중국의 후한(後漢) 헌제 때 관녕과 화흠이라는 두 선비가 있었다.

두 사람은 한 스승 아래서 동문수학을 했지만 사고와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달랐다.

하루는 두 사람이 밭에 김을 매고 있었는데 호미에 금이 걸려 나오자 관녕은 미련없이 던져버렸지만 화흠은 그 금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고관대작이 지나가는 나팔 소리가 들리자 관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화흠은 큰 길까지 뛰어가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

관녕은 학문에 전념하기 보다는 세상에 기웃거리는 화음과는 같이 동문수학할 수 없다며 절교를 선언했다.

얼마 후, 공부를 마친 화흠은 간신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 권신이 되었지만 관녕은 혼탁한 세상을 한()하며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운명이었을까, 조조의 굴욕적 행동을 견디다 못한 헌제가 황후의 친정아버지에게 부탁한 암살음모가 발각되자, 조조는 화흠을 불러 복황후를 끌고 가 죽이라는 명을 내린다.

무관들이 있었음에도 문관에게 지시를 한 것은 자존심 강한 학자들의 충성심을 시험해 보려는 의도였지만 화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황후를 끌고 가 처형했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황자들까지 죽여버리며 그의 충성심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관녕은 장탄식 후 벗을 대신해 죄인을 자처하며 삿갓을 쓰고 승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 두 번 다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고우영 화백의 만화 삼국지에서는 학문을 굽혀 권세를 얻는데 이용했던 화음의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관녕, 너 같은 졸장부가 어찌 대장부의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큰소리치던 화흠은 그러나 결국 자신이 관녕에게 졌음을 깨닫고 제 스스로 분통이 터져 소리를 지르다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절명하고 말았다.”

학문적 자존심을 부패한 정치권력에 팔아넘긴 어용학자의 안타까운 결말이었다.

후쿠시마 오염수(汚染水)

2013,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방류를 하더라도 우리 바다로 방사능이 들어올 일은 거의 없다.’생선에는 원래 방사선이 있어서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를 했다.

2015년에는 바다에는 칸막이가 없지만 쿠루시오 해류 때문에 후쿠시마의 바닷물은 태평양과 미국 서해안으로 다 간다.’일본의 방사능 오염수는 우리 바다에 유입이 안돼 오늘 저녁상에 생선을 먹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2023년에 갑자기 그의 주장은 180도 바뀌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면 올 연말쯤에는 우리 해역으로 유입된다며 빙사능에 노출된 생선을 먹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는 우리에겐 생업이 달린 일인데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서교수를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을 했다.

곡학아세(曲學阿世)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해류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연구에 오류가 있어서 그동안의 주장을 번복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명문대 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자신의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 있는 것이 학자적 양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광우병사태 같은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속셈이라면, 이미 거짓 정보에 속아 거리로 나섰던 광우병의 학습효과로 인해 더이상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짧은 생각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허용 기준치 이하로 처리해서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태도에 동조하거나 방관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학자적 양심을 걸고 반대를 하더라도 그때 그때 다른 주장을 내놓게 되면 그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 해도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뿐더러 곡학아세하는 어용학자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 또는 정치권력에 아첨해 권세를 얻기 위해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상반되는 정보를 흘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친구 관녕을 졸장부 취급하며 자신의 비뚤어진 학문을 팔아 권세를 누렸던 화음이 마지막에 소리를 지르며 죽어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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