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정해지는 게 서열이다. 유치원의 아이들도 입원 후 한 두 달이면 서열이 정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포유류의 특성일 것이다. 단체 생활의 기본은 질서이고 질서는 서열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포유류 사회에는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소수의 모둠은 부락으로 커지고 부락은 농경 사회의 기반이 되었다. 총균쇠라는 두껍고 재미없는 책은 농경 사회의 시작을 인간 비극의 출발로 보지만, 부락 개념의 사회를 시작으로 형성된 서열이라는 개념은 비극을 넘어 피를 부르는 다툼의 출발이 된다. 환인과 환웅이라는 천시(天市) 국가를 전설 혹은 구전 형식의 전승으로 인식한다 쳐도, 단군의 조선은 신화가 아닌 역사로 기록이 남아 있고 강력한 지도자로 등장한다. 우리와 중국을 통틀어 이른바 성군이라는 칭호를 받은 지도자는 의외로 드물지만, 공통점은 성군과 함께 등장하는 나쁜 신하는 없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나쁜 왕으로 기록이 남은 왕 옆에는 나쁜 신하가 거의 등장한다. 우리는 이들을 간신이라 칭하고 간신에게 휘둘리는 왕은 혼군(昏君)이라고 한다. 우리 역사에도 많은 간신이 등장하지만, 중국의 십상시를 넘어서는 인물은 없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156~189) 때 환관들이다. 이들 십여 명은 아부를 넘어 스스로 권력이 되었고 이들에게 휘둘린 영제는 결국 제국을 망친다. 여기서 발생한 것이 그 유명한 십상시의 난이다. 당시 환관 2천 명을 죽이고 정권을 잡은 게 바로 동탁(董卓)이고 그는 십상시 이상의 권세를 사용하고 황제를 능욕한다. 혼세에는 혼군이 있고 혼군은 간신의 혀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다시 간신의 혀는 권력이 되고 권력은 국가를 망치고 만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의 형이상학적인 사상은 일치한다.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제왕은 하늘이 내린다.”라는 말로 백성 위에 군림하며 국가가 짐이다.’라는 등식을 만든다. 현대의 가장 강력한 권력인 대통령은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이양을 받지만 그뿐이다. 받으면서 연관성을 끊어버리고 권력의 사유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권을 대중은 독재라 부르지만, 독재는 강력할수록 줄 세우기를 형성한다. 여기서 효력을 발생하는 게 바로 아부. 성격이 독하지 못한 지도자는 언론과 동료 정치인의 공격에 시달리고 때론 무너지지만, 강한 독재의 지도자에겐 손을 비비는 아부와 교언영색으로 치장한 기회주의자들이 힘을 보탠다.

요즘 정가를 보면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과 행동들이 너무 쉽게 행해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문제로 자국민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여당 국회의원들의 수족관 물 퍼마시기 퍼포먼스가 대표적이다. 바닷가에 사는 우리는 수족관의 물이 어떤 물인지 잘 안다. 생선의 분비물과 바닷물이 뒤섞여 먹을 수 없는 물을 거침없이 퍼마신 이들의 행위는 아부의 극치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을 향한 부끄러운 외침이요 몸부림이다. 그래도 지역구에선 최고의 지도자 격인데 너무 초라하고 불쌍하다. 먹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 내가 회의감이 든다. 권력을 위한 권력에의 아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선 이들이 퍼마신 물고기 똥 섞인 수족관의 물을 공천수라고 이름 지었다. 충성이라 말하고 아부라고 쓰는 이들 부류는 자신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니라 대통령을 망치고 있다. 입력은 되지 않고 출력만 되는 지도자를 향한 충심은 아부가 아니다. 이런 현상이 중앙 정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 영광군에서도 관습적으로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군수를 가리는 인의 장막이 수많은 선거 관계자들로 인해 자행되어 왔다. 이른바 내가 군수를 만든사람들이다. 만들었으면 비켜줘야 군수가 살고 지도자가 산다. 아부로 둘러싸인 지도자는 눈과 귀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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