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청소년의 다양한 학습의 권리

국형진/영광군미래교육센터장
국형진/영광군미래교육센터장

농어촌지역의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과 학습의 기회는 도시지역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정부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창의적 체험학습, 자유학기제도, 고교학점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한 굵직한 교육정책들중 하나인 것이다.

최근 제시된 고교학점제를 살펴보자.

2025년도에는 모든 고등학교에 시행된다는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부터 대학처럼 학생이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192학점을 채우면 졸업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만의 시간표가 생길수 있으며,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하고, 대학교처럼 나만의 시간표를 가질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학생이 원할 경우 특목고 수준의 심화, 전문과목 및 직업계열 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수 있기도 하다.

이뿐인가? 다른 학교 뿐 아니라 지역 대학 교수님의 강의도 학점으로 인정되어 다른학교나 학교밖전문가의 수업도 가능하다.

졸업 기준도 과목출석율 (수업횟수 2/3), 학업성취율 (40%이상)을 충족하면 해당과목 학점을 딸수 있으며, 이수 기준에 도달하자 못하는 경우 보충학습을 통해 학점을 취득하도록 지원하는 보완책도 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학점제형 학교 공간도 생기고 있어서 선택과목 이동 수업시 휴식을 취하거나 수업을 준비할 여유도 생기고, 지금같이 똑같은 교실이 아니라 다양한 수업을 지원하는 온라인 학습실, 토의토론실 등의 다양한 공간이 구축될 예정이다.

여기까지 정부에서 소개하는 고교 학점제의 홍보내용인데, 현실을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볼수 있다.

첫째, 이렇게 선택형 과목이 되면 인기과목에 편중이 심해질 것이다.

특히 주요과목중심으로 특화 과목에 신청이 많아지고 편중될 확율이 높으며, 비인기 과목 또는 소수 과목에 대한 참가자가 부족하여 수업구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둘째, 진로결정의 부담이다.

대학졸업생의 진로 결정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등학생의 제한적인 경험으로 평생의 진로를 결정하기란 더 어려운 현실이며, 다양한 수업이 있지만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할 것이다.

셋째, 교육인프라의 부족

수업가지수가 많아지지만 그 수업을 진행할 환경의 다양성을 갖춘 특화 교육시설이 부족하며, 이를 운영할 전문인력의 경우도 농어촌지역에서는 수급의 문제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입시와의 연계성이다.

고교학점제의 결과를 반영하는 입시제도는 학생부종합전형과 관계가 있으나 최근 봉사활동, 교내 공모전 등 다양한 영역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배재되면서 평가기준이 모호해져 결국은 정시비율이 높아지는 과거 회귀적 넌센스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학습을 원하는 학생의 니즈를 채워주기 위한 정책적 접근과 시도는 되겠으나, 정작 지역의 인프라 부족이라는 한계에 부딪히며 다양한 학습의 제공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농어촌지역의 교육격차는 도시지역에 비해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다양한 학습을 해결할수 있는 대학과의 협업, 전문인의 발굴과 운영, 교육 인프라의 확대 등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전국의 농어촌지역은 아직 이런 변화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해보인다. 우리 영광군도 당장 2년후 전문시행하는 고교학점제를 적절히 준비하고 있는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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