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노인충() 할배의 진상

얼마 전, 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학생이 노인 고객에게 "말귀 못 알아 처먹는 할배 진상"이라고 갈겨 쓴 영수증을 건네줘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적이 있었다.

더 충격적인 설문조사가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서울대의 모 교수가 이른바 명문이라는 SKY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0%63세 정도에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고 답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유는 부모가 은퇴 후에 퇴직금을 남겨놓고 사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출처가 분명치 않은 괴담수준의 가짜뉴스라고 믿으면서도 이런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사회, 즉 어쩌면 하루가 멀다고 변해가는 첨단 디지털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말귀 못알아 처먹는 할배진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노인 비하용어도 이전부터 많이 쓰이던 꼰대는 그나마 양호한 축에 속할 만큼 갈수록 더 자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노령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을 연금충()’이라고 하거나 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을 뜻하는 틀딱충()’, 노인이란 단어 뒤에 벌레충자를 붙여 노인충()’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검색창에 노인이라는 단어만 쳐도 노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넘쳐나고 있어 백세시대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이 되기는 쉽지만 노인으로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말로 가수 서유석 씨가 부른 노래 제목이자 이어령 박사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널리 회자됐던 말이다.

국가통계포털(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8.4%로 약 949만여명에 이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20241000만명대를 돌파하면서 2030년에는 전인구의 24%, 205038%가 돼 40년 후에는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영향일까. 우리나라가 10만 명 당 노인 자살율,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율이 81.9명으로 일본의 7배에 달하는 등 불명예스럽게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선진국이라는 한국의 노인 자살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프리카에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속담이 있다.

어른이 존경받고 원로의 한 마디가 법처럼 여겨지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언제 어디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70세 안락사법?

요즘 정치권이 노인비하 발언을 두고 시끄럽다.

민주당의 혁신위원장이란 자의 노인폄하 발언에 이어 모 국회의원의 노인비하 발언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으면서 부터다.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이 무슨 투표를 하느냐.”며 앞뒤 분간 못하는 발언으로 그는 노인회장의 사진따귀까지 맞아야 했다.

그들이 말하는 노인세대는 6-7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며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당시에는 그들처럼 젊은 세대였다.

일본의 소설가 가키야 미우는 ‘70세 사망법이라는 소설에서 누구든지 70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안락사를 해야 하는 법이 만들어졌다고 쓰고 있다.

몇 해 전, 사람이 죽으면 썩히고 발효시켜 거름을 만드는 법이 미국의 한 주에서 발의되어 인간의 존엄성 문제로 떠들썩하더니 아무리 소설 속이라지만 70세가 넘으면 의무적으로 안락사를 시키는 법이 만들어졌다니 요즘 정치인들의 노인비하 발언과 오버랩되면서 섬뜩하기에 앞서 인간이 동물과 하등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폐지와 헌 종이박스를 가득 싣고 가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밀어주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자기 겉옷을 입혀드리고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신겨드렸던 마음 착한 여학생도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선행인지도 모를 이런 일들이 세간의 큰 화제거리가 되어야 하는 서글픈 사회에서 노인들은 오늘도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