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재경향우

천고마비의 계절 10월이 시작됐다. 천고마비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이 찐다는 뜻으로 날씨도 좋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먹거리가 풍부한 계절을 말한다. 땅에서 나는 곡물, 과일뿐만 아니라 바다에 맛있는 해산물도 풍부하다. 거기에 천고마비와 잘 어울린 독서도 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에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종이책을 펼쳐 읽는 사람보다 대부분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익숙하다.

문자의 시대에서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요즘, 그동안 독서를 할 시간이 없었다거나 책을 읽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책 읽기 좋은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어떤 책이든 첫 장을 펼치고 읽어 내려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좋은 가을 날씨가 독서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있다.

20여년 전, 미국에서는 ‘Turn off TV, Turn on life’라고 해서 TV가 없는 삶을 살아가자는 캠페인이 널리 퍼진 적이 있었다. 필자도 자녀 교육을 위해 TV를 없엔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EBS에서 TV 끄기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첫날에는 무기력하기만 했던 참가자들이 3일차에 이르러 주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신문과 책을 읽으며 TV가 사라진 자리에 가족을 채워 넣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렇게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TV를 끄는 것처럼 아주 작은 변화에서 출발한다.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은 잠시 뒤로 하고 독서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바로 두꺼운 책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자기계발서도 좋고, 소설책도 좋으며, 만화책을 읽는 것도 좋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 중에는 만화가 원작인 것들이 적지 않다. 만화책 속에서도 얼마든지 삶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저 자신에게 유익하고 즐거움을 주는 책이라면 책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짬을 내어 10분 만이라도 책을 읽는 작은 변화를 향한 실천이 쌓이다 보면, 무엇인가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에 가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를 만날 수 있다. 한 권의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멋진 표현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사상가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신만의 가치관과 지혜를 정립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독서를 꼽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다.

살다 보면 인생을 바꾸는 계기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한 권의 좋은 책이 사람의 진로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며, 살아가는 방향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독서를 통해 지식을 넓히고 자기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상상력을 확장하며,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일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꼭 인생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독서가 주는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책 속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천고마비의 계절, 10월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 반드시 독서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쉼을 위한 문화생활의 여유를 갖는 것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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