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전 교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모여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모여 산다는 것은 소통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개미나 벌처럼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은 모두 소통능력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나름대로 소통의 방법도 있다. 물론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가 있다.

인간은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문명과 문화가 발전했다. 구석기 시대를 거쳐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를 거치면서 마을이 생기고, 국가의 형태를 갖추어 갔다. 국가의 단위는 소통의 거리에 비례했다. 작은 부족들이 모여 점차 큰 집단을 형성하고, 국가로 발전했으며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고 하여 세계가 하나 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중심에는 소통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중국어에 힘을 쏟는 이유가 소통의 도구인 언어를 마음대로 구사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소통이란 단순히 언어를 사용하고 이해하는 것을 훨씬 넘는다. 미국 심리학자 매러비언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요소의 비중이 시각적 이미지 55%, 청각적 이미지 38%, 말의 내용 7%로 나타났다. 물론 시각적 이미지는 표정, 몸짓, 자세 등이고, 청각적 이미지는 억양, 말투 등이 해당된다. 같은 말이라 할지라도 어떤 음성과 몸짓으로 말하는지에 따라 이해력, 설득력, 호소력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연구였다.

표정과 행동, 심적 느낌이 더욱 훌륭한 소통의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통틀어 소통능력이라 하고 소통능력이 훌륭하면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능력이 공감 능력이다. 자기 주관적 소통에서 벗어나 원활하게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가 공감능력인 것이다.

이런 공감능력이 없을 때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했다는 말이 성립할 수 있다.

소통능력이 우수한 사람은 인간관계 능력이 우수하다.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무리 없이 잘 전달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잘 이해함으로써 인간관계가 더욱 좋아지는 것이다.

바스카스트는 <선택의 조건>에서 행복은 돈이 아니다. 인간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돈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간관계는 결국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소통능력을 길러 주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성균관대 교수 이기동 역시 <열 살 전에,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라>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아이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수천 년 간 생명을 이어 온 종들은 강하고 똑똑한 종이 아니었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종이었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위해서는 지금 내 주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혼자가 아니라 어울려 살아야 하고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와 소통의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나 소통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자녀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송현숙 등은 <놀이터의 기적>에서 초등학교 2학년 나정이는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 되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랐다. 엄마는 상대적으로 놀이에는 인색했다. 나정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시시비비만 따지려고 할 뿐 이해하고 화해하는 법은 모르는 아이로 자랐다. 친구들과 멀어지고 관계가 단절됐다. 반면 노는 시간과 놀 친구가 없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데서 재미를 느끼던 9살 민준이는 와글와글 놀이터에서 1년을 보낸 후 인기 짱이 됐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놀이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선입견과는 달리 놀이는 그 자체로 훌륭한 학습 과정이다. 놀이는 또래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자신의 생각을 실행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스스로 놀아보고, 실패도 해 보고, 성공도 해 보고, 대안을 찾는 과정이 놀이이다. 잘 놀아본 아이일수록 집중력이 높다.

놀이는 또 세상을 배우는 도구다. 아이들은 놀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화해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정종진은 <학부모 교육 특강>에서 내 아이의 미래와 직결되는 건전한 친구 관계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친구가 아이의 훌륭한 스승임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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