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해마다 9월 말에서 10월 초순 무렵이면 법성면 소재 대덕산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사진가들의 발길로 분주해진다. 갯벌을 막아 논을 만들어 놓은 한시랑이 풍경과 법성포구의 모습을 담으러 모여드는 것이다. 화순 세량지와 더불어 사진가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높지 않은 대덕산을 끝까지 오르면 정자가 있고 정자 앞 너럭바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한 컷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고 시원하게 펼쳐진다. 사계절 관계없이 좋은 풍광이지만 특히 나락이 익어가는 가을 풍경은 가장 보기에 좋다. 그래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행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안전 관련 문제이다. 사진 촬영을 위한 포인트는 주로 두 군데로 나뉜다. 중간을 조금 지나면 앞이 트이고 법성포 전체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정자 있는 곳까지 오르면 정자 앞 바위에서 촬영이 가능한 곳이 있다. 중간 지점은 한시랑이를 싸고도는 물돌이의 아랫부분이 조금 잘리는 단점이 있고, 정상의 정자가 있는 곳은 우측에 크게 자라난 소나무가 포구를 가리는 단점이 있다. 정상에서 소나무를 무시하고 촬영하면 법성포의 상당 부분이 가려져 많이 아쉬운 사진이 되고 만다. 그리고 정자 앞 바위에서 촬영하는 사람이 많은데 상당히 위험하다. 바로 천길 벼랑이기 때문이다. 실제 카메라를 떨어뜨린 사람도 있었지만 찾는 것도 포기했다. 사람이 떨어지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정자 앞은 그대로 경사진 바위와 벼랑이 있을 뿐이니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와 직면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정자 위에서 촬영하면 정자의 기둥이 법성포구를 가린다. 위험을 감수하거나 포구가 가려진 사진 중에서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다녀온 사진가들의 공통 의견이 정자가 너무 낡아 철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 건립 햇수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정상에서 풍우를 직접 견뎌야 하는 상황이어서 많이 침식되었다. 영광의 풍경을 전국에 알린다는 건 대환영이지만 만일 추락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이미지는 순삭되고 만다. 정자는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망용 데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읍의 옥정호를 내려다보는 전망대 역시 그래서 만들어졌다. 사진가들이 일정 시간에 몰리다 보면 사고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정상의 낡은 정자는 철거하고 바위에 전망대를 겸한 촬영 데크를 꼭 만들어야 한다. 실제 가보면 알겠지만, 촬영 포인트인 바위 위에 서면 오금이 저린다. 한시랑이와 법성포구의 사계절을 담기 위해 대덕산을 찾는 사진가를 위한 배려는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영광군을 위함이다. 세계 정상의 IT 국가답게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를 타고 도는 사진의 홍보력은 상상 이상이다. 사진가들을 위한 배려는 그대로 영광군을 위한 배려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불갑산 칼바위 역시 마찬가지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과 운해는 절경이다. 안개가 많이 피는 환절기엔 몰려드는 사진가들로 인해 편도 외길은 혼잡해진다. 칼바위는 이름대로 협소한 바위 정상이다. 삼각대를 받치기에도 좁다. 다른 지자체라면 이미 촬영 데크와 휴식 공간이 마련되었겠지만 영광은 아주 다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러한 편의는 외지에서 모여드는 사진가를 위한 게 결코 아니다. 지역의 홍보는 사진이 가장 우선이다. 한때 전국 최고 규모의 관광 사진 공모전을 영광에서 했었다. 사진 회원 개인의 몰지각한 부정행위로 인해 폐지되었고 15년이 지났다. 이제 되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정행위 당사자는 영광에서 사진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회를 탈퇴했고 앞으로도 행위에 책임을 지고 살 것이기에 충분한 대가는 치른 셈이다. 관광 사진 공모전을 부활시켜 지역 홍보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사진의 홍보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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