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이태원 참사가 1주년을 맞았다. 레거시 방송과 신문에서 다루고는 있지만 정작 알맹이를 찾기 힘든 낱말만 나열이 되고 있다. 그나마 바른 시각으로 초점을 잡은 뉴스도 있었지만, 지하실로 유령처럼 사라져 떠오르지 못했다. 언론이 약자를 위한 알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기득권의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이라면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 불과 얼마 전의 보수 정권 때 벌어졌던 참사인 세월호 사태와 많이 닮아있다. 1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세월호에서 다시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대구 지하철 참사와 맞닥뜨린다. 세계 3대 지하철 참사로 남은 사건이지만 그 원인은 너무 허망하다. 개인의 방화에서 비롯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많이 닮아있다. 특히 정권을 두둔하는, 맹목적 진영 논리에 빠진 30%의 편향성 국민이 보여주는 행동 또한 동일하다. 가족을 잃고 몸부림치는 피해자를 조롱하고 배상금이나 노리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형태와 형식이 빼박공식이다. 어차피 이들은 민주 진영에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미워도 가족의 죽음을 놀리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게 다르다. 사람마다 전혀 다른 사이클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동물에게도 없는 이기심은 견디기 힘들다. 더욱이 권력과 재력의 정점에서 활동하는 부류의 한 방향 이기심은 국가를 멍들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 결과는 부끄럽게도 OECD 국가 중 사기범이 가장 많은 나라로 만들었다. 언뜻 이해가 힘들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라는 게 더욱 충격이다. 유럽을 비롯한 여행객들이 한국 방문 시 가장 놀라는 게 바로 질서와 양심이다. 터미널에서 사람 대신 가방이 자리를 잡는 나라,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 놓고 자리를 비워도 손대는 일이 없는 나라, 100만 명이 시위를 해도 유리창 파손 한 장도 없는 나라이기에 세계 최고의 자부심으로 살아도 괜찮을 듯싶다. 그런데 갑자기 사기 범죄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니 보통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일각에선 민족의 양심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CCTV 때문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이 또한 맞지 않는다. earthweb.com에 따르면 우리 CCTV 설치 수준은 그다지 세계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비율로 보면 서울이 영국 런던의 25%에 불과하고 이웃 나라 중국 북경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CCTV 때문만은 아님이 확실하다. 결국 착한 백성에 사악한 기득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이유이다. 일반 서민이 서민을 향한 사기는 지극히 미미하고 작으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작다. 문제는 상류층의 규모가 큰 일방 살포식 사기 범죄이다. 대중을 향한 무작위 범죄는 때로는 주식으로 때로는 모집으로 때로는 사업이라는 탈을 쓰고 개인이 아닌 대중을 향해 살포되기 마련이다. 특히 경제계와 종교계의 앙상블은 대중을 향해 천라지망처럼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가 축을 더하면 넘어지지 않는 트라이포트를 이룬다. 눈치 없고 욕심만 있는 서민층은 자신의 머리 위에 펼쳐진 그물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혼자 영리하고 잘나고 똑똑하다. 이러한 현상이 중앙에만 있을까. 지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낱말이 카르텔이듯이 지역에도 나름의 카르텔은 항상 있었다. 기득권에서 자신들만의 영욕을 위해 뭉친 부류의 지향점은 언제나 서민이다. 그들이 서민을 보살펴 줄 거라는 생각은 온전히 착각에 지나지 않음을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통해서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은 피해자의 위패가 차려진 상갓집에는 오지 않고 옆 동네에 위패도 없는 위령소를 따로 차리고 특정 종교 방식 행사를 급조했다. 그들에게 손을 잡아 줄 국민은 없으며 권력을 위한 대상일 뿐이다. 희생자들의 위패와 절대 마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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