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전 교장

중생대인 2억 5천만 년 전부터 오랫동안 크게 번성하였던 공룡은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6,400만 년 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바다의 파충류와 익룡, 암모나이트 등과 함께 지구에서 사라졌다.

공룡의 멸종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운석설이나 포유류 번식설 등으로 추측해 볼 뿐이다. 운석설은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의 기온이 빠르게 변화하자 이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이 멸종했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포유류 번식설은 알을 먹는 포유류가 크게 퍼져서 공룡 알을 마구 훔쳐 먹어 공룡이 멸종하였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그 밖에도 기후 변화설과 새로 땅 위에 나타난 식물이 공룡에게 해로운 독을 지니고 있어 그것을 먹은 초식 공룡이 죽어가자 초식 공룡을 먹고 살던 육식 공룡도 자연히 사라졌을 것이라는 학설이 있다.

종합하면 오랫동안 지구를 지배하고 살아왔던 공룡이 지구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하여 멸종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윈이 진화론에서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가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훨씬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고 말한 것처럼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살게 된 것은 바로 적응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공룡은 중생대 2억년을 살다가 지구에서 사라졌다. 2억년 동안 별 변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빨리 변화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라고도 한다. 자연환경의 변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지적 기술의 변모는 우리가 감히 감당할 수 없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에 걸쳐있는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방식의 도입으로 시작되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3차 산업혁명은 IT산업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산업 및 학문세계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고 고도로 발전한 IT 기술을 물리학 생물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 분야는 물론 제조업과 접목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기라 한다.

제1차 산업혁명 시기인 18세기 말부터 불과 200여년 사이에 이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에 인간의 삶은 무한정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자고 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세상이다. 앞으로 사회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런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한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다.

적응력은 기본적으로 생명의 보존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정서적 심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어떤 모임에 갔는데 처음 참석하게 되면 처음부터 긴장하게 되고 그 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임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때 적응성이 뛰어난 사람은 좀 더 빨리 그 분위기에 적응하여 자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편하고 즐거운 모임이 될 것이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한다거나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회에도 적응력은 심리 작용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맥스 맥케온(Max Mckeown)은 <적응력>이란 저서에서 사람들은 불가능하거나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데도 상황을 예전 방식대로 되풀이하려는 태도 즉 일종의 사회적 항상성, 또는 방어적 관행이 있다고 하였다. 적응은 어떻게 특정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하느냐의 문제로서 여기에는 상황을 바꾸는 능력도 포함한다는 말로서 순응보다는 적극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자신이 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람이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필요한 적응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필요한 적응을 실천’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였다.

산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력한다는 것이고 다양한 자연 또는 사회 환경을 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매번 같은 사람들만 만날 수는 없으며 일정한 조건의 환경에서만 살 수는 없다. 많은 변화에 접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살아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적응력을 길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적응이란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빨리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상황이나 목적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그러나 주체성을 상실하면 안 된다. 나는 나대로 존재하면서 받아들이고 필요한 부분에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뚜렷한 자아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새로운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본 경험이 결국 적응력을 키우는 요체일 것이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이나 게임을 하면서 체험학습을 통하여, 또는 단체 활동을 하면서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 부모의 욕구 중심의 제한적인 생활보다는 아이들 중심의 주체적이고 개방적인 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의 적응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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