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모처럼 영광에 새로운 문학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모두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지만, 태동의 조짐이 보인다는 자체가 기쁜 일이다. 칠산문학이라는 동아리 이름으로 30년을 가뿐히 넘긴 문인협회 영광지부가 작년부터 영광문학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출발했다. 그리고 올해는 서른여섯 번째 문인집을 발간했다. 지역의 문학 동아리로서는 경이로운 역사이다. 여기에 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한 문학동인지 콘테스트에서 무려 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 또한 달성했다. 영광문학 임원진의 노력이 새삼 느껴진다. 내년에는 5권의 각종 출판 계획이 세워지고 지역 문인을 향한 끊임 없는 노력이 이어질 계획이다. 특히 최근 치러진 청정 영광 디카·시 공모전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남겼다. 올해로 3회차에 불과한 공모전이었지만 726점이라는 적지 않은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내년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커졌다. 작품의 수준 역시 불과 1년 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핸드폰으로 대충 촬영해서 오행의 시를 달아 출품하는 작품은 입선의 축에도 전혀 끼지 못했다. 그만큼 전문 사진가가 대거 출품했고 시의 수준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영광군에서 관광사진 공모전이 사라지고 특별한 홍보 방법을 찾지 못하던 차에 찾은 차선의 재발견인 셈이다. 전남문인협회의 전 회장인 정형택 시인과 현 회장인 정관웅 시인은 입을 모아 성공을 예상했다. 전국에서 치러지는 디카·시 공모전은 많다. 하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품은 영광의 공모전은 의미가 다르다. 과거 문예 영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안다면 잠재적 역량을 이해할 것이다. 요즘 시나브로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조운 시조 시인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영광은 바로 우리 지역 문예인의 잠재력 그 자체이다. 조운 생가의 복원이 무산되고 방치되고 있다는 데에 깊은 아쉬움이 남지만 베어진 석류나무만큼이나 가슴이 아린 게 또한 영광의 현재 문인들이다. 조운 선생의 대표 시가 석류이고 그의 생가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상징이 석류나무였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석류나무는 베어졌고 이념이라는 알량한 틈새로 기억마저 사라지고 있다. 누가 왜 훼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고 우리는 그 저변에 가라앉은 훼손의 의미를 안다. 아니 짐작한다. 예술은 예술이고, 이데올로기는 이데올로기로 제 갈 길을 가야 함에도 그 유령은 75년을 한반도 하늘에서 헤매고 있다. 이제 영광문학이라는 새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철저한 블라인드 심사로 치러진 이번 청정 영광 디카·시 공모전은 내년부터 아름다운 영광 디카·시 공모전이라는 타이틀로 찾아갈 예정이다.

영광군 문학의 시동력을 과거 잠재력에서 찾는다면 원동력과 실행력은 시설의 기반에서 찾아야 한다. 영광 수준의 지자체에서 문예의 기반이 되는 시설 자체가 전무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수치이다. 웬만한 시군에선 거의 갖추고 있는 문학관 한 칸이 없다는 게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강하게 다가온다. 지어질 때까지 계속 언급해야 하는 미술관 역시 아직 메아리도 없다. 심지어 지역 예술인 공모사업으로 시행한 6개 단체 전시마저 아직 실행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1월 중순을 넘긴 현시점에서의 개인적 판단은 부정적이다. 참가 예술인들은 이미 경비를 들여 준비를 끝낸 상태다. 작품은 며칠 만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최소한 반년 이상의 준비 기간과 제작 경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아직 실시하지 못한 이유는 그나마 전시실로 사용하던 작은 공간이 공사 중이라는 것이다. 영광에서 문예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겪어야 하는 참담함이다. 어려운 활동에 약간의 보조라도 받기 위해선 감히 따지지 못할 거라는 심리적 갑질의 전형이다. 그나마 최근 문학의 청신호에서 희망을 찾아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