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쥐들의 낙원실험

1960, 미국의 동물실험학자 존B 칼훈은 '유니버스 25 프로젝트'에서 쥐들의 낙원이라는 동물의 사회성 실험을 했다.

천적이 없고 먹이가 풍부하며 무한정 제공되는 낙원과 같은 환경을 쥐에게 제공한다면 향후 어떤 생태계가 형성될 것인지를 장기간 걸쳐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실은 가로, 세로 2.7m 높이 1.5m의 청결한 공간에 전염병 걱정 없이 번식에 필요한 최적의 온도 조건으로 관리되는 낙원과도 같은 곳으로 최대 3800여 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지만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처음 입주한 4쌍의 실험쥐들은 315일째까지는 620마리로 늘어나며 가파르게 번식을 하였으나 이후부터는 점차 줄어들며 600일째에 2200마리에서 멈추더니 더 이상은 번식을 하지 않았다.

충분한 주거공간과 먹이가 있었음에도 세력다툼을 하여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뉘어 지면서 빈곤층은 좁은 공간과 적은 먹이로 인해 번식을 하기 어려워졌으나 이에 반해 부유층은 풍부한 먹이가 있었음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번식활동을 중단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났다.

개체 수가 줄면서 경쟁이 사라지고 쾌적한 지상낙원이 되면 다시 번식활동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전혀 동떨어진 결과였다.

쥐 낙원의 멸망

쥐 낙원의 멸망 원인은 쥐들의 무한경쟁과 경쟁의 결과로 인한 빈부격차에서 시작됐다.

싸움에서 승리한 소수의 수컷 쥐들은 넓은 공간을 차지한 후 암컷 쥐들과 번식을 했고, 반면에 패배한 다수의 쥐는 비좁은 공간에 모여 배고프고 힘들게 지내는 등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생겨났던 것이다.

패배한 쥐들은 새끼 양육을 포기한 결과, 새끼 개체들의 사망률이 급증하는 결과를 보였으며 놀랍게도 승리한 쥐들의 출산율도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새끼 양육을 위해 짝짓기 횟수를 줄이고 자기 털 고르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부유층과 빈곤층도 아닌 중간층 쥐들은 광장 중앙에서 생활하며 경쟁을 위한 싸움을 회피하고 짝짓기도 포기하는 등 삶의 의지 또한 보이지 않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었다.

이 기간 암컷들의 짝짓기와 번식은 멈췄고 수컷들은 짝짓기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단지 자기 건강을 위해서만 신경을 쓰는 행태를 보이면서 결국은 쥐의 낙원은 전체가 멸망의 단계로 접어들게 됐던 것이다.

인간들의 낙원은?

쥐들의 멸망은 매우 풍족한 시대이자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오싹한 생각이 든다.

물론 일회성으로 끝난 이 실험 결과를 윤리와 관습 속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의 사회활동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렇지만 풍족한 물질문명을 누리면서도 무한경쟁에 내몰린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하겠다.

아무리 물질이 풍부해도 무한경쟁 사회에서 개인 간의 경쟁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다양한 사회활동은 중단되고 종말이 올 수 있다는 교훈은 아닐까.

우리는 670년대 절대 빈곤기를 거쳐 오면서도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인해 강제 산아제한을 하는 정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부유함 속에서도 자녀들의 합계 출산율이 0.7에 그치는 것을 보면 동물이나 인간이나 할 것 없이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비근한 예로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의 출산율도 초기 입국자들에 비해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문화가정에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미국의 뉴욕 타임지는 한국이 북한에게 남침을 당한다는 기사에서 남침을 당하는 이유로 저출산을 들고 있다.

극심한 입시경쟁과 남녀갈등, 인터넷 게임에 빠진 남성들로 인해 저출산이 늘고 결국 사회가 혼란을 겪으면서 남침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경고이다.

이 차에 그 대안으로 호주의 경우처럼 외국인 이민 정책을 세워보면 어떨까 제안을 해본다

다문화인구가 전체인구의 4.8%로 이미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만큼 부작용 없이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부류인 이주여성들의 친정가족들에게 이민의 문호를 개방해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