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학교 공부가 끝났다.

옆집 친구들과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빵집도 아이스크림 가게도 유혹한다. 침을 흘리며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가끔 돈 몇 푼 가진 친구가 있으면 아이스크림을 한 번씩 빨아 먹는 것으로 행복했다.

각자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

불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뒷뜰에서 할머니가 오신다.

아이고 내 새끼. 공부 잘 하고 왔어? 엄마는 밭에 갔다.”

이런 가정이면 정말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매우 적절한 가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집안 아이들은 걱정할 것이 없다. 집안이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상관이 없다. 요즈음 가정의 경제력이 성공의 척도라 하지만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좀 돈이 없고 힘들게 사는 집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힘이 더 잘 길러진 사례는 많다.

학교 부적응아들의 공통점이 정서적 안정감 결핍이다. 어린 시기일수록 가족 의존도가 높고 상황 적응성이 부족하다. 이때 불안한 분위기에서 자라게 되면 정서적 안정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은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학업 성적도 높다.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지능이 낮아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보다 정서적인 안정감이 부족하여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아이들의 실태를 조사해 보면 대부분이 부모와 가정의 불안정 요인이 발견된다. 부모의 성품이나 가정의 분위기, 부모의 유무가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법륜 스님은 <엄마 수업>에서 자식을 심성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먼저 부모의 심리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행복한 삶의 시발점은 정서적 안정감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여유가 있고 자신이 있다. 작은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는다. 남이 나를 화나게 해도 쉽사리 화를 내지 않는다. 해야 할 일 앞에서도 의욕이 생기고 집중력이 생긴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될 수 없다. 세상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만 보인다. 무슨 일을 하려 해도 집중이 안 되어 어려움을 겪는다. 남들이 하는 작은 행동도 꼭 나를 업신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따스하고 허용적인 분위기, 아이가 존중받는 분위기, 아이가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를 기르는 첫걸음은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 부부간의 불화나 아이에게 애착을 줄 수 없는 여건에 있다면 아이와 애착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이임숙은 <엄마가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 시기>에서 공든 애착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를 예로 들면서 애착관계 형성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어떤 영향에 매우 중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부모와의 애착관계 또는 조부모나 친척들과의 애착관계 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특히 부모의 부부관계가 중요하다.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빠가 하는 일을 엄마가 존중하고 협조하는 모습, 엄마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원장은 부부싸움을 할 때,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라는 글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부부싸움을 보면서 자기들의 잘못으로 부모님이 싸우게 된다는 죄의식을 갖게 되며, 혹시 나를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하게 되어 불안하게 된다고 하였다. 아이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가정의 모습은 엄마 아빠가 각자 역할을 잘하면서 사이가 좋고, 그 안에서 온정이 오가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며, 자신이 충분히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아 학부모 전문 코치인 김윤희는 <정서지능>에서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부모와의 대화를 강조한다. 대화로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어서 긍정적인 자아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감정조절을 잘하는 아이,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아이로 자란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