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연말이면 항상 등장하는 게 올해의 사자성어다. 교수들이 선정한다는데 정확한 과정은 모르겠다. 어쨌든 올해는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선정되었다. 사전적 해석은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선 괴리감을 느낀다. 눈앞에 있는 이익을 의리를 위해 포기할 사람이 있을까. 있겠지만 보편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교수들이 선정하는 사자성어는 시대의 정치를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사회 전반이 아니라 정치권으로 추가 기울어져 있는 선정이기 때문이다. 견리망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의리를 지키면서 이익을 바랄 수 없음을 역으로 말하고 있으며, 개인의 이권과 의리는 같이 할 수 없음 또한 의미한다. ()가 이권에 앞서는 경우를 우리는 대대로 충효 사상에서 찾았고 봉사와 희생으로 실천해 왔다. 다른 표현으로 국가주의. 개인보다는 국가를 우선으로 한다는 유교의 충과 효는 본래의 공자 사상과는 유격이 있는, 조금은 왜곡된 것이지만 나라를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사상은 그래도 의()로 인식되어온 게 사실이다. 사익을 내려놓고 의를 행하는 사람을 우리는 성인 혹은 군자로 표현했고 그 반열에 올라 이름을 남긴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익과 의리의 공존은 힘들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정치인이다. 정치의 기본은 우리 민족의 시발점에서 제시되었던 홍익인간이라는 단군의 건국 이념이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고대 건국 이념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치란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기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제시된 사자성어를 통해 최근 10년을 돌아보자. 2014년은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력을 남용함을 말한다. 2015년은 혼용무도(昏庸無道), 군주의 어리석음과 도가 무너짐을 의미한다. 2016년은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고 군주는 배라는 뜻이다.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을 수도 있다는 말이니 당시 박근혜 정부의 상황이 짐작이 간다. 2017년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사악함을 부수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탄핵과 새 정권의 기대를 나타낸 성어다. 2018년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논어 태백편에 실린 말이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의미이다. 새 정권의 책임론이다. 2019년은 공명지조(共命之鳥), 불교 경전 잡보장경에 나오는 말이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으니 공존만이 살길이 되었다. 혼자 살겠다고 다른 머리를 없애면 같이 죽기 때문이다. 당시 좌우 분열을 염려한 것이다. 2020년은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고서가 아닌 현대의 내로남불을 성어화 한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그르다는 뜻이다. 소모적인 투쟁과 대립을 꼬집은 말로 해석이 된다. 어쩌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나는 옳다는 착각으로 사는 게 바로 자신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2021년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이다. 같이하기 힘든 집단이 이권을 위해 같은 곳에서 활동한다는 부정적 상황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고양이와 쥐는 정치 집단이다. 그래서 사람과 말이 모두 괴롭고 핍박을 받는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 바로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을 살펴보면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새로 출범한 정부의 무능과 사과 없는 정부를 꼬집고 있다.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정부는 역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에 앞서, 그런 정부는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제시된 견리망의는 작년의 불개(不改)에 이어 이익을 위해 옳음()까지 내친 윤 정부의 평가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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