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3. 토속적 언어로 부른 삶의 엘레지

우리나라 수필문학사에 있어 목포에 김진섭이 있었다면 영광에는 소청 조희관이 있었다. 소청의 대표 수필로는 <철없는 사람>, <두 딸>, <봄 불>, <전라도 사투리>, <바보 야든이>. <새 인간>... 등을 들 수 있는데 우선 <철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의 수필 세계를 검토해보고자 한다.

수필 <철없는 사람>은 말 그대로 철없는 사람 :외형으론 자신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은 아내를 빗댄 자신의 이야기다.

...그래도 달이 뜰 때는 달이 뜬다. 오늘 밤에는 강강술래도 그쳤나부다. 썩은 지시락 밑에서 귀뚜라미가 운다. 밤이 깊을수록 귀뚤귀뚤..... 윗목만 남아서 건들거리던 벽이 마저 자빠졌다. 이로서 완전히 가마니뙤기를 치고 잔다. 아내는 추우니까 어린것들을 대리고 아랫집에 가서 부쳐 자겠다더니 그냥 한 쪽에서 어린애들을 품고 잠이 들었다.

아무러한 고난에도 이겨내는 힘 ! 아말렉의 야만들이 로마를 짓밟을 때 베들레햄의 한 승방에서 쓴 제롬의 <부르가타>가 그 뒤에 왔던 팔백년의 암흑시대를 이겨낸 뿌리가 된 것이라고 외국의 어느 평론가는 말했다. 그는 다시 이런 말도 했다. 2차 대전 때 프랑스의 농민들은 머리 위를 휙 휙 나는 포탄 밑에서 참호 바로 가까이까지 밭을 갈았다고. 이런 끈질긴 힘들이 역사를 꿰뚫어서 인간의 존엄과 광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거적 밑에 식구들을 데리고 잠을 자는 나는 밝은 날이면 잡지사에 나가서 또 하루를 굶으며 애를 태워야 하는 거다. 이 것은 찬양할 일인지 모른다. 인제 이 땅 새 문화의 축은 여기에 박히는 것이라고!..중략...아유 정말! 쯧쯧, 이게 무순 꼴이우! 사내 하나가 어떻거면 집 하나를 못 얻어서....쓰레기통에 범나비 날아들 듯 어느 날 한 번 번뜻 들었던 P여사의 경멸이라느니보다 동정에 못이기는 눈초리 앞에서 그럼 날더러 어떻거란말이요, 권세의 문 앞에 거렁뱅이가 되란 말요?...” 자랑될 것도 없지만 피난민에 대하면 이도 크지 않수?>에 반()<이것은 확실하게 제 소위 깨끗에 대한 긍정이었다. 그러나 동정하는 앞에서만은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저 자신의 비열함을 또한 스스로 모르는 것도 아니다. P여사의 방문이 더구나 반가웠던 소치는 그 뒤 며칠까지 은연중 새로 얻을 집에 대한 소망을 나한테 갖게 했기에 말이다.

어떻게 되겠지, 누가 어떻게 해주겠지....한 장에 오백원 하던 장판 다섯장을 사가지고 와서 손수 이 방을 바른 때에는 얼마나 있으면 다른데로 옮길 것이지마는 뒤에 온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발라 둔다는 셈이었다.

인저 누가 우리 말하고 살겠지.

이러고 아내와 웃은 것이다. 아내는 나를 보고 웃었지마는 나는 누구를 믿고- 인제 내일이라도 나를 위해서 어떻게나 해 줄 누구를 믿고 웃은 것이다. 그 고마운 누구는 믿은 것 같이 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 방에서 한 해 가까이 그 장판이 다 떨어지도록 문짝은 부셔져 나가고 벽은 무너져 나가도록 산 것 아니냐.....중략.... 그러나 철없는 사람은 언제까지든지 철없는 사람으로 있을 수가 있기에 그 것이 제 깐의 생존무기가 되는 것만은 확실한 모양이다...중략...뒷말은 무엇이라고 따라 나오건 나는 매강이라는 말에서 문뜩 흥미가 솟아서 생각이 나한테로 돌아왔다.

시어미 며날아기 나빠 벽바닥을 치지 마소, 빚에 쳐온 며나린가 값에 받은 며나리인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휘추리난이 같이 앙살피신 시아버지 볕 뵈신 쇠똥 같이 되종고신 시어머니...」「되종고신 시어머니는 옛노래에 일렀거니와 매강스런 시어머니란 정말 현대의 어감에 찰삭 들어맞는 어휘로구나 했다. 매마르고 강파르단 말이 줄었겠지....중략...나는 아마 쥐새끼가 꽃송이를 물고 나가는 날에라야 이 방을 비켜나서 다른 방에 혹은 다른 거적 밑에서나 살려나 보다.-이상 철없는 사람-

그러나 철없는 사람은 언제까지든지 철없는 사람으로 있을 수가 있기에 그 것이 제 깐의 생존무기가 되는 것만은 확실한 모양이다라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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