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한마디로 올해는 선거의 해다. 우리도 4월에 치러질 총선으로 인해 정치판이 과열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한국만의 독특한 선거 문화가 더해지면 거의 혼탁 수준으로 들어간다. 조선 시대부터 전통적으로 맥을 이어온 붕당 정치는 해를 더할수록 발전 진행형이다. 여기에 숨은 함수는 상대의 몰락이다. 내가 잘해서 얻는 권력이 아니라 상대를 궤멸시킴으로써 선택권 자체를 말살시키는 전략이다. 국민에게 인정을 받는 방법이 정책이 아닌 중상모략으로 전락한 이유이다. 쉼 없이 정적을 헐뜯고 음해해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나쁜 사람 혹은 집단으로 만들어간다. 여기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게 다름 아닌 언론이다. 균형의 추를 무너뜨리는 데에 언론만한 무기는 없기에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언론 장악을 노린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진보와 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행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는 6.25라는 이념 전쟁을 치르면서 극심한 양극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독립운동과 대치되던 친일의 대립은 사라지고, 이념 전쟁으로 인한 민주와 공산의 양극화가 물 위로 떠 올랐다. 사상의 분열이 민족을 남북으로 가른 것이다. 여기에 다시 남은 동서로 분열하고 동은 신구(新舊)로 나뉘고 있다. 서쪽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내부 분열이다. 이들은 서로 정의와 도덕을 내세우지만, 겉 색깔만 다를 뿐 내용물은 전혀 다르지 않다. 정치가 무슨 세포 분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나는 다르다라는 명분론을 내세우며 갈라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겐 정치 혐오 조장에 다름없지만 정작 본인들은 도덕성 결여운운하며 정의 실천을 조작하고 있다. 여기에 보수도 진보도 없다. 그야말로 정치인 동색 혹은 자홍동색이다. 자기가 정치 인생을 보낸 우물에 침을 뱉는 것도 모자라 오물까지 퍼붓고 새 우물을 파겠다고 나가는 자체가 이미 도덕성의 결여이고 정의롭지 못하다. 진보와 보수가 각각 마시던 그 우물은 앞으로도 수십 혹은 수백만의 당원과 지지자가 마시고 살아가야 할 우물이다.

이제 영광에서도 총선 바람이 일고 있다. 심심치 않게 날아드는 문자가 날짜를 실감하게 한다.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른 점은 군수 출마자들이 여러 명 움직인다는 것이다. 현재 군수가 항소심까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곁자리에서 보는 입장은 아직 최종심의는 남아 있는데 벌써 움직이는 입지자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4월에 동시 선거로 치러진다면 결코 많이 남은 시간은 아니기에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알다시피 선거란 선택의 다른 표현이다. 선택을 위한 최선이 부도덕과 무례라면 정치가 너무 슬프다. 이장 선출만 있어도 동네가 둘로 갈라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편이 나뉘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너무 급속하게 받아들여지고 발전한 까닭인가 보다. 군수 선거는 특성상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광의 복지예산에 민감한 두 의료재단이 먼저 대립하고, 기타 사업자는 나름 이권을 향한 선거 카르텔을 형성한다. 여기에 출마자의 인성이나 능력 등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쉽게 말해 배제된다는 말이다. 인물이 아니라 직위를 뽑는 것이다. 그리고 직위라는 기둥을 중심에 두고 강한 사업 연대를 이루며 윤 대통령의 전문 분야인 카르텔을 형성해 간다. 여기서 도출되는 게 바로 편 가르기와 분열이다. 강한 적개심을 품은 분열은 금 간 항아리처럼 좀처럼 봉합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결과가 분열이라니 기이한 현상이다. 입으로만 떠드는 도덕은 죽은 도덕이고, 실천 없는 예의는 무례를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인이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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