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총선이 다가올수록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미래의 개혁을 위해 다섯 세력이 뭉치는가 싶더니 다시 둘로 나뉘고 기자 회견이라는 방식을 내세워 설전으로 들어갔다. 여기엔 우리 지역의 정치인이 중심에 있기에 관심이 높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점으로 시작한 이낙연 전 총리는 평생 민주당에 몸을 담고 정치를 했다. 여의도를 거쳐 전남도지사와 총리, 여당 대표까지 요직을 거치며 대통령 선호도는 한때 부동의 톱을 찍었다. 영광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럽고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우리 고장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분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 뉴스의 중심에서 30년 터울 후배와 창당 밀당을 하고 기자 회견을 통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많은 SNS를 살펴봐도 당했다라는 뉘앙스의 판단이 대부분이다. 본인도 나를 지우려 이미 계획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바로 정당 국고보조금 문제다. 의원 5인이 필요한 정당 국고보조금을 위한 이준석 대표의 의도와, 몸집을 위한 이낙연 대표의 간절함이 정치색과 철학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평론은 가장 흔하게 미디어를 채우고 있다. 독수리 5형제는 지구 수호라는 공통의 사명감을 안고 출발했지만, 이번 개혁 신당은 55색의 부류가 동상이몽의 지향점을 향해 출발했으니 절대 개혁의 독수리 5형제는 될 수 없었다. 결국, 이낙연과 이준석의 같은 장소 다른 꿈은 11일 만에 깨졌다. 그리고 이낙연 대표는 새로운 미래당이라는 본래의 당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유리 벽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처럼 대부분 예상되었던 결과를,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억지 위안과 합리화를 내세우며 부끄러움을 덮었다. 신당의 합류를 취소하고 본연의 길로 가닥을 잡아도 젊은 후배에게 농락당한 내상은 깊을 것이다. 남이 모르는 내상이 아니라 밖에서 보기에 더욱 심각한 내상이기에 그의 정치 여로는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대선의 꿈을 안고 성공한 정치인은 알다시피 거의 없으며 대부분 시나브로 사라져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은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아갈 때와 멈출 때, 그리고 내려놓을 때를 알면 인생이 실패로 치닫지는 않는다. 짧게 말하면 중용이다.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용이고 중용은 때를 아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삶에 적용이 된다. 이낙연 대표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여러 번 때를 놓쳤다. 특히 총리와 당 대표를 지내며 놓친 도 아쉽지만, 대선 경선 이후 판단의 때를 감정으로 놓친 것은 더욱 아쉽다.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를 도와서 대통령으로 올려서 치우고 민주당을 장악했어야 한다. 그리고 유시민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괴한 정부라고 평했던 윤석열 정부와 강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가 불시에 돌아와서 77.7%라는 역대 최고 지지를 받고 있는 현직 당 대표를 부정하고 공격해봐야 강력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부메랑 효과는 평생 자신이 애증하고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나는 결과를 가져왔고, 집 떠난 과거의 맹장은 약관의 젊은 정치인에게 적지 않은 수모까지 당하고 말았다. 물론 개인적 생각임을 강조한다.

논어에 상가구(喪家狗)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는 자기 뜻을 알아줄 군주를 찾아 제후국을 떠돌다가 제자들과 행로가 어긋나 성문 옆에 초조하게 서 있었다. 제자가 스승을 찾아 헤매다 행인에게 공자의 행색을 설명하며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행인은 그런 사람이 집 잃은 개(喪家狗)처럼 성문 옆에 서 있더라고 했다. 이는 공자를 꿰뚫는 논어의 중심 화두다. 이를 상갓집 개로 잘못 풀이한 사람만큼이나 뜻을 위해 집을 나온 사람 역시 잘못이다. 지역 선배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에 짧은 소견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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