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처음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잡으며 출발을 하지만 날이 갈수록 초심은 무너지고 무사안일에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다. 사실 매사가 대부분 그렇다. 시작의 유지에는 대단한 의지가 필요하다. 영광신문이 출범할 당시 지역의 여론을 보여줄 만한 언론이 없었기에 필요성을 느낀 몇 분이 모여서 지역신문의 출발을 열었고, 그 후신이 지금의 영광신문이다. 그리고 변치 않는 초심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이제 창간 27주년 기념을 맞으며 새로운 대표이사 이취임식을 갖는다. 그동안 신문사 발전에 노고를 아끼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신 이임 박용구 대표이사에게 경의를 보낸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이상을 직접 몸을 담거나 외부에서 칼럼을 쓰며 지켜본 결론은, 누가 뭐라 해도 박 대표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시대의 기류에 따른 변질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레거시 언론들의 한결같은 문제점이다. 정부가 바뀌면 논조가 따라 바뀌고 지향 초점은 정확하게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가 된다. 과거 언론은 아무리 부패해도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었지만 작금은 그마저도 없다. 한겨레의 탄생은 정화 작용의 모범을 보였지만 세월은 동아일보의 전신과 동색으로 퇴색시켰다. 여기에 받아쓰기 세대의 젊은 기자들이 합세하면서 소위 기자 정신까지 상실되었다. 우리 사회에선 직업이면서 때로는 직업을 벗어나야 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기자와 성직자다. 급여를 받기 위해 몸을 담아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 성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자도 급여 위에서 작용하는 사회적 사명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다. 다시 말해 영합을 배제한 의()를 외면하면 언론으로서의 자격 상실이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현재 거대 언론을 돌아보면, 너무도 당연한 논리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유를 알 것이다. 그만큼 기자는 직업 위에 사명감을 두어야 하고 취재의 칼은 부도덕을 향해야 한다. 이권 앞에서 거두어들이는 칼은 결국 자신의 양심을 향해 파고들 것이며 세상을 부패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영광군은 옛날부터 풍요를 상징하는 고을이었다. 어염시초를 바닥에 깐 먹거리와 아름다운 풍경, 전국을 선도했던 문화예술은 자랑이요 자부였다. 특히 영광신문은 창간 이후 많은 문화 활동의 선봉에 서서 각종 문화 사업을 이끄는 데에 최선을 다해왔다. 영광신문이 추구했던 문예 지향성은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행정은 요지부동이다. 이제 제2세대로 접어드는 신문사의 출발은, 다시 과거의 문화 부흥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육체가 아닌 정신적 풍요를 위한 노를 저어갈 것이라 예상한다.

지역 언론의 성공 여부는 행정 견제에 있고 정치 경제 사회가 조화를 이루며 지역을 만들어가지만, 정신의 축을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문화다. 문화는 인간에 깃든 모든 무늬를 말하며 예술은 수많은 무늬 중에서 하나이기에 나는 반드시 문화와 예술을 한 단어로 붙여서 사용하곤 한다. 문화는 포괄적이고 예술은 문화 속의 한 개 종속이기 때문이다. 물질이 풍부해진다고 정신까지 풍부해지는 게 아니다. 돈이 많으면 삶이 만족하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도 방향이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 바뀌는 방향을 초심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고 부정의 견제와 풍요한 정신문화를 추임새로 넣으면 좋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의 토대를 세운 이임 대표이사의 노고에 무한 감사를 보내고, 세대교체라는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맞아 새 부대에 새 술을 채워볼 것을 권한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변화를 보듬어야 하고, 변화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함 또한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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